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일본 100엔샵 없어지나…엔저·우크라 전쟁發 인플레에 위태

입력 | 2022-06-16 15:14:00

지난 4월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2.04.20/뉴스1


‘최저가’, ‘균일가’를 앞세워 저렴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일본의 ‘100엔샵’이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았다. ‘디플레이션의 나라’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비용 상승과 함께 20년 만의 엔저 현상까지 겹치며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9500억 엔(약 9조1000억 원) 규모의 일본 100엔샵 시장은 디플레이션에 익숙한 소비자를 외면하지 않으면서 물가 상승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1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달러당 135.19엔까지 치솟았다. 1998년 10월 이래 최고치다. 게다가 지난 4월 소비자 물가는 2.1%나 상승해 일본 은행의 목표치인 2%를 이미 넘어섰다. 임금마저 30년 동안 동결에 가까운 수준이라, 물가 상승만 부추기고 긍정적인 효과는 내지 못하는 ‘나쁜 엔저’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엔화 약세는 수입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100엔샵이 주로 취급하는 제품은 플라스틱 제품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격이 원유 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가격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쿄 북동부 간다 지역에 있는 100엔샵 비원(B-One)은 제품 가격 인상을 고려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매장 관계자는 “엔화 약세와 에너지 및 원자재 비용 상승은 박리다매 형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며 “한 업체는 가격 인상 대신 한 패키지 안에 들어가는 제품의 개수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일본 열도에 약 1700개 지점을 둔 100엔샵 운영사 세리아는 내년 3월까지 매출은 4.2%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1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100엔샵 운영사 캔두(Can Do Co.)도 “전 세계적인 원자재 비용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여건이 어렵다”고 밝혔다.

대형증권사 SMBC닛코증권 쿠니 카나모리 소매분석가는 “과거 100엔샵은 포장의 크기, 수량을 변경해 엔화 약세와 원자재 비용 상승에 대응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오랜 디플레이션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던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가격 변동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