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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보존’ 결정했던…1937년생 ‘충정아파트’ 철거

입력 | 2022-06-16 15:56:00

“위험건축물로 철거, 공개공지 조성할 예정”



충정아파트. 뉴스1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가 철거된다.

16일 서울시는 제7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마포로5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 변경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다.

구역지정 이후 40년이 지난 마포로5구역에 대해 다양한 지역 여건 변화 등을 반영해 구역을 재정비하면서 충정아파트는 철거하기로 했다.

충정아파트. 뉴스1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있는 충정아파트는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준공된 국내 최고령 아파트다.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국내 최초의 아파트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건립자 도요타 다네오(豊田種松)의 이름을 따서 ‘도요타아파트’로 불리다가 1970년대 서울신탁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유림아파트’로, 그 이후엔 지금의 ‘충정아파트’로 바뀌었다. 층수는 본래 4층에서 5층으로 증축됐다.

충정아파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지역 유산을 지키자는 의미에서 보존하기로 했으나, 서울시는 안전 문제와 주민 의견 등을 고려해 철거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충정아파트는 위험건축물로 철거하되, 같은 위치에 충정아파트의 역사성을 담은 공개공지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를 철거하는 대신 그 자리에 글·이미지 등 기록물과 구조물 등의 기념물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충정각. 네이버지도 거리뷰 캡처

인근 충정각은 보존 필요성이 인정돼 보존 요소를 고려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보전정비형 정비수법’이 적용된다. 서울시는 “충정각은 1900년 초 서양식 건축물로 20세기 미국과 일본의 주거문화가 한국에 이입된 양상을 보여준다”며 “외관의 포치(현관), 창호 등이 축조 당시의 원형이 잘 유지돼 있고 서울에 남은 서양식 건축물 중 유일하게 터렛(첨탑)을 갖고 있어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서울시는 아울러 지형 현황 및 보전정비지구 신설에 따라 기반시설(도로) 계획도 재정비한다. 인접한 충정로1 공공재개발구역에는 단지 내 보차혼용통로를 조성하는 정비계획 지침안을 마련해 향후 충정로·서소문로 간 도로가 연계되도록 했다.

이같은 정비계획은 향후 사업지구별로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지침이 되는 공공정비계획으로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주민제안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낙후된 도시경관을 개선하고, 충정로 및 서소문로 간 연계를 통해 원활한 차량 통행 및 보행 연속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마련돼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