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뉴시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 시간) 물가 억제를 위해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뒤 7월에도 연속으로 0.75%포인트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으로 미 기준 금리가 기존 0.75~1.00%에서 1.50~1.75%로 오른 데 이어 연준은 연말 기준금리가 3.4%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침체를 발생시키지 않고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경제 연착륙’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부동산가격 하락, 고용 둔화 등 경기 침체를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주택 구입을 고려한다면 재고하라”고까지 했다. CNBC는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미 경제와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통화정책을 실기(失期)해 경기 둔화가 불가피한 자이언트 스텝으로 내몰린 연준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 파월 “연착륙 힘들워진다, 주택 구매 재고하라”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물가 잡기에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연준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실수는 물가 안정의 실패”라고 했다.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8%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미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 외의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그는 생애 첫 주택 구입을 계획하거나 집을 사려는 젊은층에게 보류하라고 권했다. 파월 의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집을 사려는 젊은층이라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질 때를 기다리라고 했다.
이를 감안할 때 연준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 유력하다. FOMC 참석자 18명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 따르면 이들은 연말 미 기준 금리 수준을 평균 3.375%로 전망했다. 3월 전망치보다 1.5%포인트 올랐다. 18명 중 연말 금리가 3.0% 미만일 것으로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현재 1.50~1.75%인 미 기준 금리가 연말에 3%대를 넘으려면 연준이 향후 남은 4차례의 FOMC에서 0.50%포인트 인상을 뜻하는 ‘빅 스텝’이나 ‘자이언트 스텝’을 최소 두세 번 단행해야 한다.
●美 성장률 전망 하향…정책 실기 비판 고조
연준은 이날 미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낮췄다. 3월 올해 미 경제가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를 1.7%로 낮췄고 내년 성장률도 2.2%에서 1.7%로 하향했다. 연간 4.3%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5.2%로 제시했다. 반면 실업률 예상치는 3.5%에서 3.7%로 올렸다. 물가를 잡기 위해 고용 둔화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2024년 1분기(1~3월)까지 경기침체가 일어날 확률을 72%로 제시했다. 3월(9%)에서 8배 치솟았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