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권모 씨(30)는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는 뉴스를 확인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연 4.2%인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권 씨는 “2억 원을 빌렸는데 지난달 대출금리가 0.3%포인트 가까이 올라 연간 이자 부담이 60만 원 정도 늘었다”며 “앞으로 이자가 더 오를 일만 남은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의 긴축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어서는 등 금리가 치솟으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한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7월 한국은행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져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채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33~7.09%로 나타났다. 전날만 해도 최대 연 6.97%였는데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연 7%대를 넘어섰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일제히 올라 연 3.69~5.632%로 집계됐다.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차주들의 상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변동금리로 4억1000만 원을 대출(3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받은 경우 금리가 3.88%에서 5.05%로 오르면 월 이자 부담은 193만 원에서 221만 원으로 약 28만 원 늘어난다. 지난달 말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1조615억 원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안에 주담대 고정금리가 연 8%를 돌파하는 등 앞으로도 금리가 고공 행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만큼 당장 금리가 높더라도 고정금리로 대출받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기 힘든 한계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기금과 시중은행에서 총 500억 원을 빚지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 A 씨(70)는 최근 개인 건물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균 연 3.4%였던 대출금리가 올해 0.5%포인트 가량 올라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A 씨는 “코로나가 끝나가는 것 같아 숨통이 트이는 줄 알았는데 이번엔 금리가 치솟아 빚으로 빚을 돌려 막는 처지”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28%로 한 달 전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투자자금 이탈과 원화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지며 유학생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 씨(26)는 요즘 끼니를 거르는 때가 많아졌다. 한국의 가족들로부터 매달 100만 원을 송금 받아 현지에서 환전해 썼는데, 환율 상승으로 생활비가 부족해져서다. 이 씨는 “한국 물가도 심상치 않다보니 생활비를 늘려달라고 하기가 죄송스럽다”고 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