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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피살 공무원 “월북” 몰았다가 번복한 경위 철저히 밝혀내야

입력 | 2022-06-17 00:00:00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설명하기 전에 인사하고 있다. 인천=뉴스1


해양경찰청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과 관련해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수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1년 9개월 전 해경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월북으로 사실상 단정했던 것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했다.

해경은 당시 북한이 실종자의 신상 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으며,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국방부의 북한군 감청 첩보를 근거로 월북이라고 판단했다. 북한군을 갑자기 만난 실종자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토막 첩보’만 갖고 월북으로 단정 지은 것이다.

해경은 이번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방부 자료 등에 근거해서 월북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해온 것이라며 책임을 떠미는 모습을 보였다. 실종자의 월북으로 성급하게 결론 내고 발표한 것이나 그 이후 추가 자료가 나온 것도 아닌데 정권 교체 뒤 판단이 달라진 이유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

유족은 “진실 규명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거짓 수사로 사건을 은폐했던 수사 책임자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만에 하나 일부 자료가 왜곡되거나 은폐됐다면 심각한 사안이다. 월북 시도라고 섣불리 판단한 경위나 누가 그런 지시를 했는지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고인과 유족의 명예가 뒤늦게나마 회복되고,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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