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선배 저희 진도 여행 가요. 이번에도 와서 편히 쉬다 가세요.”
후배 나리에게 문자를 받고 야호! 소리가 절로 나왔다. 후배가 ‘모래내 산장’이라 부르는, 다정하고 아름다운 집에서 며칠을 머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이곳은 나리, 택수 부부가 아파트 대신 선택한 2층 벽돌집으로 널찍한 마당도 딸려 있다. 거실도 크고, 주방도 넓어 절로 쾌적한 기분이 된다. 신기한 것이 이곳에 가면 글도 잘 써진다. 살림으로 꽉 차 있지 않고 공간에 여백이 많은데 머릿속도 딱 그곳과 연동돼 동기화되는 것처럼 숨통이 트이고 바람길이 열리는 기분이다.
이곳과 처음 숙박의 연을 맺게 된 때는 작년 겨울이었다. 점심을 먹자고 해 이 집에 놀러갔다가 후배 부부의 여행 소식을 들었다. ‘그럼 그동안 내가 와 있을까?’ 소리가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맞다. 평소에도 주책이 없는 편이다. 막 던진 말을 후배들은 따뜻하게도 받았다. 단독주택은 겨울에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많고 자칫하면 수도관도 얼어 고생하는데 선배가 와 있으면 안심된다는 거였다. 좋은 것도, 챙겨야 할 것도 다 아는 단독주택 생활자들 간의 연대랄까. ‘집사’로 말하자면,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하하). 단독주택에 산 지 8년째. 수챗구멍도 미리미리 잘 치우고 밤새 기온이 영하 5도로만 내려가도 싱크대와 화장실을 돌며 똑똑 물을 떨어뜨려 놓는다.
두 번째 스테이를 하고 나니 ‘모래내 산장’이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오래오래 안녕했으면 좋겠다. 내 집 말고도 가까운 곳에 또 하나의 친애하는 집이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몽글몽글 따뜻해진다. 나리야, 택수야 다음 여행 일정은 언제지? 젊어서 여행 많이 다니자. ㅎㅎ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