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엔 많은 돈 필요없다 여기거나 경제적 권리 주장이 노욕이라 생각 왜곡 벗어나 노인 경제권 존중해야
김소영·정책사회부
“재산을 빼앗아간 자식들을 ‘몹쓸 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설이나 추석에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에 어디다 알리지도 못한 채 혼자 끙끙 앓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한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말이다. 노인 의사에 반해 재산이나 경제적 권리를 빼앗는 ‘경제적 학대’를 취재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경제적 학대가 피해 노인들을 ‘고통스러운 딜레마’ 상황에 빠뜨린다는 점이었다. “이런 자식은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내 자식을 감쌀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은 노인들을 계속해서 피해자로 만들고 있었다.
노년을 고통스럽게 하는 경제적 학대를 예방하려면 물론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캐나다, 싱가포르 등 해외와 달리 한국은 이제 막 예방책을 마련한 단계라 갈 길이 멀다. 그런데 노인복지 현장의 사회복지사들과 학계 전문가들이 제도 마련만큼이나 한목소리로 강조한 것이 있다. 바로 인식 변화다.
노인의 경제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국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받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이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두고 ‘욕심’이라고 말하는 건 부당하다.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개인에 대한 존중이 일종의 에티켓처럼 여겨지는 분위기에서 여전히 ‘부모 돈은 내 돈’이라는 생각이 남아있는 것도 어딘가 이상하다.
노인과 그들의 경제권을 존중하는 인식이 있어야 경제적 학대 예방책도 안착될 수 있다.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왜곡된 인식은 언젠가 스스로를 또 다른 피해자로 만들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김소영·정책사회부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