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고척 경기 두산전 8회말, 외야 두 팬 앞에 홈런 공 떨어져 이정후 “실제 그분들인지 모르고 경기 뒤 공에 사인해드렸는데 영상 보고 확인해 놀라울뿐”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외야석에 앉아 프로야구 두산-키움 경기를 지켜보던 김진희(왼쪽), 김수연 씨가 응원 문구처럼 키움 이정후가 자기들 자리로 홈런을 날리자 공을 잡아든 뒤 기뻐하고 있다. 이정후는 이들이 16일에도 경기장을 찾자 본인 방망이를 선물했다. KBSN 중계 화면 캡처
“이정후 여기로 공 날려줘.”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두산 투수 정철원(23)이 던진 공 2개를 가만히 지켜봤다. 두 개 모두 볼이었다. 시속 147km짜리 속구가 다음 공이었고 결과는 파울이었다. 이 파울로 타이밍 조절을 마친 이정후는 이어 들어온 시속 148km 빠른 공을 받아쳤다. 이 공은 125m를 날아가 거짓말처럼 두 팬이 앉아 있는 바로 그 자리에 떨어졌다. 이 시즌 10호 공을 주워 든 팬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사인을 해드리기는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매뉴얼 때문에 말씀을 나누지는 못했다”며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락해 주시면 꼭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홈런 배송’을 받은 주인공 김진희(21), 김수연 씨(20)는 이날도 똑같은 문구를 쓴 스케치북을 들고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이정후는 이들에게 포수 뒤편에서 선수를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클럽석’으로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줬다. 본인이 직접 사인한 야구 방망이도 전달했다.
두 사람은 “공이 날아오는 순간에도 정말 이리로 올지 몰랐다. 공이 떨어진 순간 멍하고 얼떨떨했다”면서 “성공한 덕후가 된 느낌이다. 평생 다시 할 수 없는 경험을 해 꿈만 같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