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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공무원’ 형 “국가적 자해? 文사저 앞서 공개토론하자”

입력 | 2022-06-17 10:16:00

16일 저녁 친형 이래진 씨 인터뷰



북한에 의해 피격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씨(47)의 친형 이래진씨(55)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2년여 만에 ‘자진 월북’으로 단정할 근거가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판단을 사실상 뒤집은 것을 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건영 의원이 “국가적 자해 행위”라고 반발하자, 공무원 이 씨의 친형 이래진 씨(55)는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공개 토론이라도 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16일 저녁 동아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윤 의원의 반발에 대해 듣고 어이없는 듯 웃더니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헛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대면해 (의원께서) 생각하시는 것을 제 앞에서 공개적으로 얘기하시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양산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 가서 제가 마이크를 한 번 잡아볼 생각”이라며 “사건 개요를 다 얘기를 할 거고 문 전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릴 거니까 편한 시간에 저한테 답변을 해 주시든지 측근을 통해서라도 한번 얘기를 들을 참”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해경을 포함한 우리 정부는 당시 다각도로 첩보를 분석하고 수사를 벌여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며 “보안이 생명인 안보 관련 정보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왜곡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이는 국가적 자해 행위“라고 해경의 발표를 비판했다.

이 씨는 윤 의원의 입장문을 조목 조목 반박했다. 그는 “윤 의원이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판단을 내린 데에는 비공개 자산인 군 특수정보(SI)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셨는데 그 중요한 자료를 듣고 정부는 당시 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았나”라며 “동생 사건이 21일에 나고 문 전 대통령은 22일 UN에서 종전선언 호소를 했고 이후에야 언론에 보도가 됐다. 대체 그 사이 시간엔 왜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이건 못한게 아니라 안 한 거다. 더 나쁘다”라고 했다.

이어 “윤 의원이 ‘명확한 증거 없이 발표하는 건 정치적 이용’이라고 하셨는데 당초 제대로 된 초동 수사, 정확한 수사도 하지 않았으면서. 오히려 한 달 동안 (동생이 자진 월북 시도했다는) 거짓 정보와 자료를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이 씨가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생 이 씨가 박태환 수영 선수보다 더 빠른 수영 실력으로 북한으로 갔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씨는 “말이 되는 소리냐. 그리고 정황상 당시 수온이 21도라 2~3시간만 돼도 저체온증이 온다고 한다. 월북이 목적이었으면 얇은 작업복을 입었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참에 허심탄회하게 (민주당 의원들과) 24시간 토론을 한 번 해보고 싶다”며 재차 대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가안보실, ‘서해 피살 공무원‘ 정보공개청구 항소 취하한 가운데 16일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최종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국가안보실, ‘서해 피살 공무원‘ 정보공개청구 항소 취하한 가운데 16알 인천해양경찰서에서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북한 피격공무원 사건’ 최종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씨는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2년 8개월가량 국가 권력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했다. 그는 “만감이 교차한 하루였다. (울컥하며) 이제껏 수사해오고 발표한 해경과 국방부는 동일한 집단인데 한 사람(윤석열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결과를) 뒤집고 사과한 것에 대해 착잡하고 생각이 복잡하다”라며 심경을 내비쳤다.

이어 “헌정 사상 있을 수 없는 비극적인 만행”이라며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아야 된다. 제가 이번에 기준이 되어 저같이 해상 사건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신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저처럼 대응을 못한다면 말 그대로 그냥 월북자, 범죄자로 낙인찍혀 평생 억울한 삶을 살게 되는 거 아니겠나”라고 물으며 “진실의 문이 이제 열렸기 때문에 제가 그 안에 들어가서 하나하나 밝혀내야 할 시간이 됐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포함한 보고·지휘 수사에 가담한 모든 전체 라인의 관계자들을 법리 검토를 통해서 살인방조와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9월에는 미국 의회와 정부를 방문해 북한의 만행과 대한민국의 인권 유린 사태를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방부에서 비공개 자산인 군 특수정보(SI) 자료는 한미공동정보자산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미국 의회와 정부에 공개 요청을 할 예정이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