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둘러싸고 논란이 재확산되는 가운데 당시 군 발표와 이후 상황 전개에 새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건 발생 후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즉각 사과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사건은 2020년 9월 발생했다. 9월21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수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이모(47)씨는 해상을 표류하던 중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에 이은 북한에 의한 우리 국민 사살 사례였다.
북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이씨 시신을 해상에서 소각했다. 이에 당시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24일 ‘서해 우리국민 실종사건 관련 입장문’에서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은 이씨가 월북을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군 관계자는 “정보분석 결과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어업지도선에서 이탈할 때 본인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고려 시 자진 월북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고 자세한 경위는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튿날 입장을 내놨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25일 ‘공무원 피격 사건’ 통지문에서 “귀측이 보도한 바와 같이 지난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하였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하여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통일전선부는 “사건 경위를 조사한 데 의하면 우리 측 해당 수역 경비 담당 군부대가 어로작업 중에 있던 우리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강령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통일전선부는 또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 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한다”며 “일부 군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 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사과 발언을 소개했다. 통일전선부는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북한 입장 발표 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사과를 하자 문재인 정부의 태도도 누그러졌다.
국민의힘 등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해당 지침은 북한에 대한 규탄 수위를 조절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침 하달 후 청와대는 북측에 공동 조사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26일 “북측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북측과의 공동 조사도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9월29일에는 해양경찰 차원의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당시 해경 윤성현 수사정보국장은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 조끼를 입고 있었던 사실,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의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며 “특히 수사팀은 실종자가 구명 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감안 할 때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기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