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월북자 아니라고 외칠수 있다” 尹에 감사편지
“‘제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닙니다.’ 세상에 대고 떳떳하게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대통령님 덕분에 이제야 해 봅니다.”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당한 공무원 이모 씨의 아들(19)이 1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윤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문재인 정부의 ‘자진 월북’ 판단이 사실상 뒤집힌 데 대한 감사 편지다.
피살 공무원의 유족은 이날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군의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이 씨의 부인은 아들의 편지를 대신 읽으며 눈물을 보였다.
이 군은 앞서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2020년 10월 문 전 대통령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 군은 이후 문 정부가 진상 규명을 미루자 “북한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거짓말일 뿐이었다”며 문 전 대통령의 답신을 반납했었다.
이 군은 “(전 정부는) 아버지를 월북자로 만들어 그 죽음의 책임이 정부에 있지 않다는 말로 무참히 짓밟았다”며 “직접 챙기겠다, 늘 함께 하겠다는 거짓 편지 한 장 쥐여주고 벼랑 끝으로 몬 게 전 정부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군은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는 월북자로 낙인찍혔고 저와 어머니, 동생은 월북자 가족이 되어야 했다. 고통스러웠다. 원망스러웠다. 분노했다”며 “아버지도 잃고 꿈도 잃고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또래 친구들이 누릴 수 있는 스무 살의 봄날도 제게는 허락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군은 그러면서 “한 국민이 적에 의해 살해당하고 시신까지 태워지는 잔인함을 당했지만, 그 일련의 과정에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해 비난받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저는 점점 주눅 들어갔다”며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을) 만나 뵈었을 때 ‘꿈이 있으면 그대로 진행하라’고 해주신 말씀이 너무 따뜻했고, ‘진실이 규명될 테니 잘 견뎌주길 바란다’는 말씀에 용기가 났다”고 적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