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롯데 지시완 ‘입스’에 성민규 단장 재계약 달렸다?

입력 | 2022-06-17 13:24:00


프로야구 롯데 포수 지시완. 부산=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야구를 한 게 20년은 거뜬히 넘었을 거 아냐? 머리는 한순간 잊는다 해도 몸은 확실히 기억하니까 걱정 마라.”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奧田英朗·63)는 2004년작 ‘공중그네’에 이렇게 썼다.

그런데 야구 선수에게는 몸이 기억을 잊어버리는 병이 찾아올 때가 있다.

맞다. 은어로 ‘쪼당’이라고도 하는 입스(yips)다.

1972년 메이저리그 무대서 19승 8패,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지만 이듬해에는 입스 때문에 3승 9패, 평균자책점 9.85에 그친 스티브 블래스. 동아일보DB


입스는 원래 피아니스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일에서 유래했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되거나 △야수가 가까운 거리로 정확하게 공을 던지지 못하거나 △포수가 투수에게 제대로 공을 던져주지 못할 때 흔히 이 표현을 쓴다.

프로야구 롯데 팬들 사이에서 ‘지시완(28)이 입스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물론 이 중 마지막 사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15일 대전 경기에서 투수에게 공을 돌려주려다 엉뚱한 곳으로 던진 지시완.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지시완은 지성준이라는 이름을 쓰던 한화 시절에도 입스에 시달린 적이 있다.

지시완은 2018년 7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투수가 던지는 공을 잡는 게 힘들었다. 계속 불안해서 공을 잡지 못하니 블로킹도 제대로 못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설 때도 ‘수비가 안 되니 방망이로 뭔가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겨 결과가 안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화 시절 지시완. 동아일보DB


한화 시절에는 포구 입스에 시달렸는데 이번에는 송구에 입스가 찾아온 것이다.

송구가 마음대로 안 되는데 도루 저지라고 잘할 리가 없다.

지시완은 2014년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통산 도루 저지율이 22.1%였던 선수다.

이 역시 좋은 기록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올해는 15.4%로 더 나빠졌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반크라이’로 불리기도 한 반즈. 동아일보DB


롯데는 5월 이후 14승 1무 23패(승률 0.378)에 그치면서 2위에서 8위로 미끄러진 상태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은 4.56으로 한화(6.22) 다음으로 나쁘다.

이런 상황에서 마인홀드 투수 코치(36)가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나기로 했다.

주전 포수 지시완마저 흔들린다면 반전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성민규 롯데 단장. 동아일보DB


올해로 계약이 끝나는 성민규 단장(40)에게도 지시완의 성공이 필요하다.

성 단장이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선수 가운데 지시완이 보기 드문 성공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 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시완은 롯데 이적 이후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1.53을 기록 중이다.

성 단장이 여섯 차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1군 선수 8명 가운데 누적 WAR가 1을 넘는 건 지시완이 유일하다.


전체 트레이드 결과를 봐도 롯데에서 나간 선수는 WAR 합계 5.16을 기록한 반면 들어온 선수는 0.97이 전부다.

롯데를 떠나 KT에서 백업 포수로 확실히 자리를 굳힌 김준태(28)의 올 시즌 현재 WAR가 1.04다.

롯데가 살려면 그리고 성 단장이 내년 이후에도 롯데 살림살이를 맡으려면 일단 지시완이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