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7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친모 석모 씨가 법원을 떠나고 있다. 뉴스1
대법원이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에서 아이의 친모로 밝혀진 석모 씨(49)에 대해 아이를 바꿔치기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사건을 두고 “모녀가 꾸민 일이라고만 보기엔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한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 이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수사를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두 여성이 이 일을 저지르고 아이 하나를 사망에 이르게 한, 학대치사에 대한 형사책임만 지면 이 사건이 깨끗하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아기를 인신매매하는 등 이런 범죄 조직까지도 가담했다는 가능성을 열어놔야 하는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 아무래도 석 씨 딸 김모 씨(23)가 10대에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굉장히 포괄적으로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뉴스1
숨진 여아의 친모는 김 씨의 어머니인 석 씨로 밝혀졌다. 석 씨는 구미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김 씨가 낳은 아이를 자신이 몰래 출산한 아이와 바꿔치기한 뒤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석 씨는 아이가 3세 무렵 방치로 숨지자 시신을 매장하려 한 혐의도 있다. 현재 김 씨가 실제로 낳은 딸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석 씨는 미성년자 약취(납치) 및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돼 상고심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석 씨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수정 교수는 “조사 당시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석 씨가 휴대폰으로 출산 앱, 셀프 출산 등을 검색했다는 게 확인됐다. 그래서 석 씨도 아이를 낳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김 씨가 출산 후 병원에 일주일 이상 입원해 있었는데, 그때 영아 바꿔치기가 이뤄진 것 아닌지 추정하고 병원에서 특이한 점이 없는지 확인해봤다”고 했다.
그는 석 씨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기에 의문점이 많다는 대법 판단을 두고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태반 내에 있는 물질들이 배설돼 체중이 약간 감소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이것이 아이가 바뀌었다는 증거가 되지 못한 것”이라며 “석 씨가 식별 띠지를 벗기고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것도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게 문제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