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조수진 최고위원. 사진공동취재단
“월북공작 사건은 자유와 인권의 존립에 해가 되는 사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7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에 페이스북에 이 같이 밝혔다. 해양경찰청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 피살과 관련해 “월북을 입증할 수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당시 문재인 정부의 ‘월북공작’이라고 규정짓고 나선 것. 여당이 여론전에 나선 사이 정부는 당시 상황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에 착수했고, 이 씨의 유가족이 고발에 나설 경우 검경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 與 “월북공작 사건” 총공세
여당은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핵심 인사들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김석기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 전원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촉구한다”며 “(새) 정부 발표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가 감춘 이 사건과 관련된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여권에서는 “당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국민의힘은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해경, 국방부 등으로부터 보고 받았던 기록물 일체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당시 자료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됐고, 대통령기록물 열람을 위해선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나 서울고등법원장의 영장이 필요하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 단독으로는 열람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 감사원 감사 이어 검경 수사 가능성도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가족과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향후 법적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조사는 각 부처의 몫이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이 사건과 관련해 “내가 직접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며 “(유족) 당사자도 더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하지 않겠느냐. 거기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이런 기류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수사 논란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밀반입 조사, ‘캐비닛 문건’ 조사 등에서는 청와대가 전면에 나선 바 있다. 반면 대통령실은 일단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정치적 보복 수사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이 사건 조사가 본격화 될 경우 문재인 정부 때 이뤄졌던 남북 관련 정책 결정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타깃으로 하는 표적 사정이 아니라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