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후반기 국회가 공전되는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의 외유가 줄을 잇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6, 7월 중 해외 출장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인 의원은 58명으로, 전체 의원의 약 5분의 1이다. 더불어민주당 28명, 국민의힘 23명, 정의당 2명,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각 1명, 무소속 3명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줄줄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정부 공식 일정이나 방문국의 정식 초청을 받아 다녀온 의원들도 있지만 친선 교류 등 목적이 추상적인 출장도 적지 않다.
이들의 출장 지역은 관광지로 각광받는 북미와 유럽, 동남아 등에 몰려 있다. 의원 친선을 명분으로 3개 팀의 여야 의원들이 인도네시아와 태국,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 몽골을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미 하원에 발의된 ‘한반도 평화법’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다는 취지로 미국을 다녀왔거나 덴마크형 방역 해제 모델의 국내 도입을 모색하겠다며 코펜하겐으로 떠난 의원들도 있다. 다른 의원들은 유럽연합(EU)의 입법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벨기에와 네덜란드 순방에 나섰다. 여야 내부에서도 “외유성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야가 후반기 원(院)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지난달 29일 전반기 국회가 종료된 이후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경제 위기 대응, 북한 핵실험 위협 등 시급한 현안이 쌓여 있지만 정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대책을 논의할 상임위 자체가 없다.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열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의원 개개인이 현안을 파악하면서 해법을 고민하고, 지역 민생을 챙기는 데 주력하기는커녕 너나없이 불요불급한 해외 출장길에 오르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