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답을 찾다-시즌3]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413곳… 1725km² 면적 지정해 보호 앞장 유엔도 생태계 복원 분발 촉구… 올해 울진-삼척-밀양 등 곳곳 산불 산림청, 인공조림 방식서 벗어나… 자연복원 통한 회복도 적극 도입
경북 울진 산불이 발생한 지 100여 일이 흐른 지난달 15일. 울진군 북면 일대 산불 피해지역에서 새싹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왼쪽 사진). 산림청은 산불 피해지역을 복원하기 위해 인공 조림은 물론이고 자연 복원도 적극 검토 중이다. 오른쪽 사진은 강원 인제 점봉산 곰배령의 덱길을 탐방객들이 걸어가는 모습.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인 점봉산 곰배령은 하루 900명만 탐방이 가능하다. 산림청 제공
“우리 민족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금강송만큼은 기필코 사수하라.”
경북 울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올해 3월 7일 오후. 시뻘건 불길이 강풍을 타고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 ‘금강송 군락지’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곧바로 ‘금강송 방어선’에 투입된 산림청 진화대원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워가며 군락지 사수에 나섰다.
3월 4일 오전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화마(火魔)는 강원 삼척까지 확산됐고 같은 달 13일까지 이어지면서 서울 면적(6만500ha)의 27%인 1만6302ha(산림청 공식 집계)를 집어삼켰다. 그러나 진화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불길을 방어한 끝에 금강송 군락지만큼은 무사히 지켜낼 수 있었다.
○ 생물 다양성의 보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특히 소광리 금강송은 2008년 방화로 소실된 서울 숭례문 복원에 사용했을 만큼 목질이 우수하고 보존가치가 높은 나무로 유명하다. 산림청 관계자는 “하마터면 국내 최고의 ‘산림 자원’이 파괴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며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산림 자원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도 기후변화 등에 의한 생물종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보호지역을 확대하는 것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168개국이 맺은 생물다양성협약 2010년 10차 총회에선 육상 면적의 17%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고, 올해 예정된 총회에서는 권고 면적이 육상 면적의 30%로 확대될 예정이다. 유엔도 2021∼2030년을 ‘생태복원의 해’로 선언하며 ‘생태계 복원 10년 계획’을 위한 각국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 “자연 복원, 인공 조림 모두 활용해야”
그러나 올해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경남 밀양 등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이어지면서 가치가 높은 산림 자원이 유독 많이 파괴됐다. 전문가들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지정해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산불을 예방하는 것 못지않게 산불 피해 지역을 잘 복원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다.이에 산림청은 인공조림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세밀한 복원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일단 별다른 인공조림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후계림(새로 생겨나는 숲) 조성이 가능한 지역은 자연 복원 방법으로 복원한다. 자연의 재생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송이버섯 생산지나 경제림 등 ‘산림 경영’이 가능한 임지는 적극 조림하는 방안(조림복원)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일종의 ‘투 트랙’ 복원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임주훈 한국산림복원협회 회장은 “‘자연 회복’과 적극적인 ‘생태 복원’ 중 어떤 방향으로 복원을 추진할 것인지 면밀한 조사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예약 탐방 가능한 금강송 군락지와 곰배령
일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예약을 통해 탐방할 수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예약 탐방제를 운영하는데도 산림의 피해가 커지거나 보호구역의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탐방이 폐지되거나 휴식년제가 시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각 코스마다 선착순 하루 80명만 탐방이 가능하며 오전 9시 또는 오전 10시에 탐방을 시작한다. 이곳에선 소나무뿐만 아니라 꽃창포, 노랑무늬붓꽃 등 자생 중인 희귀식물 11종도 관찰할 수 있다. 금강소나무숲길 사이트를 통해 관련 규정 등을 확인한 뒤 일정에 맞춰 예약하면 된다.
1987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강원 인제 점봉산 곰배령은 한반도 자생식물의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이 맞닿는 지역으로 한반도의 대표적인 원시림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사전 예약제를 통해 하루 900명까지만 탐방이 가능하다. 450명은 온라인(jbs.foresttrip.go.kr)으로 예약을 받고, 450명은 지역 민박과 연계한 ‘마을 대행 예약’으로 탐방을 허용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마을 대행 예약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탐방객의 소비가 산촌마을로 돌아오도록 해 지역 주민 소득을 증가시키며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