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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vs “징벌적 과세 정상화”

입력 | 2022-06-18 03:00:00

尹정부 ‘법인세-보유세 감세’ 정책 논란
법인세 최고세율 25%→22%로 인하… 1주택자 종부세 기준 14억으로 상향
尹 “경제 숨통 틔우면 모두에게 도움”… 野 “MB 시즌2”… 입법 저지 예고
“국민 고통 속 부자감세 뜬금없어”… “돈 쓸곳 많은데 세입 확충 없어”
줄어든 세수 국민들이 부담 우려도




“부자들만 이득 보고 서민들은 외면하는 정책이다.”

“징벌적 세금을 정상화하는 조치다.”

윤석열 정부가 16일 발표한 법인세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세 정책을 두고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만 혜택을 보는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징벌적 과세 체계가 정상화하는 과정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대비 다소 높은 세율을 어느 정도 낮춰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정부가 세입 기반 확충 없이 감세 정책만 내놓으면 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재정건전성 확보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尹 대통령 “감세로 경제 숨통”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경쟁을 해나가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라든지 이런 것들을 좀 지켜줘야 기업이 더 경쟁력이 있고, 여러 부가가치가 생산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규제 중에서 제일 포괄적이고 센 규제가 세금”이라며 “지난 정부 때 종부세 같은 징벌과세가 과도했기 때문에 정상화해서 경제가 숨통이 틔워지면 모두에게 도움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부는 전날 첫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내리고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기준 공시가격을 11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00%에서 60%로 낮추고 이를 다주택자에게도 적용할 예정이다.

정부가 감세 기조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거둔 종부세가 2016년의 18배로 늘어나는 등 개인과 기업의 납세 부담이 커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10대책으로 종부세율을 올리고 공시가격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을 올렸다.

한국의 최고 법인세율 역시 문 정부 집권 첫해인 2017년 기존 22%에서 25%로 올랐다. 2021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 최고세율인 21.5%보다 높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양도세 등 겹겹이 쌓인 부동산 세금으로 집을 팔지도 못하고 보유했다. 그 이유로 수천만 원의 세금을 물어야 했던 징벌적 과세를 원상 복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민주당, 감세 입법 저지 예고

이번 감세 혜택을 받는 계층은 극히 제한적이란 지적도 있다. 2020년 기준 전체 신고법인 83만8000곳 중 과세표준 3000억 원을 초과해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은 80여 곳에 불과했다. 올해 최고세율 적용 기업 수도 100여 곳 안팎일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올해 종부세 과세 1주택자도 현행대로라면 21만4000명이지만 종부세 완화로 9만3000명이 줄 것으로 추산된다.

소수 자산가들은 감세 혜택을 받는 반면 대다수 납세자는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직장인 김모 씨(32)는 “정부가 소수에 부과되는 법인세나 종부세를 줄이면서 부족해진 세수를 전체 국민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으로 충당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세로 재정건전성을 확립하겠다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감세로 세입 기반이 약해지지만 정부 공약 이행에만 매년 40조 원 안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산업구조 변화,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을 써야 할 곳이 갈수록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세입 기반을 확충하지 않고 세출만 구조조정하면 재정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움직임에 ‘부자 감세’ ‘MB(이명박 전 대통령) 시즌2’라고 날을 세우며 입법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 해법이 부자 감세인가 규제 완화인가”라며 “뜬금없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윤석열 정부가) 감세와 규제 완화, 과감한 경제활성화 정책이라며 줄줄이 쏟아냈지만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실패했던 정책의 재판(再版)”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세부적인 사안은 여야 협의 과정에서 조율되겠지만 전반적으로 부자 감세, 사실상 서민 증세에 해당하는 입법 사안에 우리 당이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입법 저지를 예고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종부세 특별공제 3억 원’이 시행되려면 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재산세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를 통한 감세는 국회 동의 없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할 수 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