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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강자는 멸종하고 약자는 살아남은 이유

입력 | 2022-06-18 03:00:00

◇패자의 생명사/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박유미 옮김/248쪽·1만6000원·더숲




유일하게 현존한 인류 호모 사피엔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동시대를 살았지만 멸종한 네안데르탈인. 두 인류의 운명을 가른 건 무엇이었을까.

호모 사피엔스는 몸집이 작아 힘이 약했고 네안데르탈인은 신체 조건과 생존 능력이 뛰어났다. 상대적 약자인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의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도구를 발달시켰고, 독자 생존이 어려웠기에 무리를 만들어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새로운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고 타인과 교류하지도 않았다. 강자였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다. 가혹한 환경에 분투하며 후천적으로 발달시킨 능력을 생존의 발판으로 삼은 게 주효했다.

흔히 자연의 원리를 이야기할 때 약육강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사례에서 보듯 실제 생명의 역사가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싸우는 식물’ ‘전략가, 잡초’를 쓴 일본의 대표적 식물학자인 저자는 생명의 탄생에서 인간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대역전극을 일궈낸 패자들의 생존 서사를 정리했다. 지구를 지배한 강자가 멸종되고 오히려 패자들이 살아남았다는 점을 주목한 것. 저자는 약자, 잡초 등 역사 속 아웃사이더에 관심을 가져왔다.

공룡이 지배하던 시대에 인류의 조상 격인 포유류는 매우 약한 존재였다. 당시 공룡과의 패권 싸움에서 진 포유류는 낮이 아닌 밤에 주로 활동했다. 적에게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청각과 후각을 발달시켰다. 또 알을 지킬 힘이 없었던 포유류는 배 속에서 새끼를 키워서 낳는 ‘태생’이라는 비결도 습득했다. 결국 공룡은 멸종했고, 포유류는 살아남았다.

‘패자생존’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해낸 생물 진화의 역사는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현대 사회에서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대중을 상대로 글쓰기를 해온 저자는 다소 어려운 과학적 지식을 많이 다루지 않고 일반인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서술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