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바다 계곡… 강원의 여름이 부른다] 화천 평화의 고장 국민 성금으로 만든 ‘평화의 댐’… 홍수 조절 전용 댐으로 큰 역할 쾌속 유람선으로 30분이면 도착 6·25전쟁 탄피로 만든 ‘평화의 종’… 역사적 의미있는 공원도 볼거리 8월 개통 예정인 백암산 케이블카… 남북의 댐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접경지역’, ‘군사도시’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강원 화천군은 이제 ‘산천어축제’의 고장으로 불린다. 한겨울 얼음판 위에서 즐기는 산천어축제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대박’ 축제가 됐다. 그러나 화천에 산천어축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접경지역인 만큼 다른 어떤 곳에서도 접할 수 없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안보 관광지가 즐비하다. 화천의 대표적인 안보 관광지를 소개한다.
쾌속 유람선 타고 ‘평화의 댐’으로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의 평화의 댐.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대 규모의 트릭아트 벽화가 그려져 있다.
화천 안보 관광의 대표주자는 ‘평화의 댐’이다. 평화의 댐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스토리를 지닌 거대한 구조물 중 하나다. 댐 본연의 목적인 ‘담수’와 ‘발전’ 기능이 없는 홍수 조절 전용 댐이기 때문이다.
이 댐의 목적은 오로지 ‘평화’다. 북한 금강산 댐(임남댐)의 수공을 방어하기 위한 대응 댐의 용도로 전 국민의 성금을 모아 건설됐고, 지금까지 3차례에 걸친 증축과 보수가 이뤄졌다. 과거의 태생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중·후반과 2000년대 초반 강원·경기 지역의 집중호우와 북한의 예고 없는 금강산 댐 개방을 막아내며 홍수 조절 기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8년 3차 보수공사 후 댐 사면에는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세계 최대 규모의 ‘트릭아트’ 벽화 ‘통일로 나가는 문’이 그려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트릭아트는 착시 효과를 이용해 가상의 공간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입체 그림이다. 화가 등 전문 인력 20명이 3개월 동안 그린 벽화는 높이 95m, 폭 60m로 댐 본체에 구멍이 뚫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평화의 댐을 가기 위해서는 차량 및 파로호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굽이굽이 산길을 차로 가면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지만, 배편을 이용해 평화의 댐을 가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그동안은 간동면 구만리에서 평화의 댐까지 약 23km 구간을 바지선 물빛누리호가 운행하면서 사람과 차량, 화물을 실어 날랐다.
파로호 뱃길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유람선 ‘평화누리호’.
평화의 염원 담아 탄피로 만든 대형 종
평화의 댐 인근에 설치된 세계 평화의 종.
이 종은 화천군이 6·25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화천을 평화의 땅으로 널리 전파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종을 세계 분쟁지역 30개국에서 수집한 탄피와 6·25전쟁 때 사용된 탄피를 녹여 만든 것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관광객들은 타종료를 내고 종을 칠 수 있는데, 모아진 타종료는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들의 장학 사업에 쓰이고 있다.
종 옆으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달라이 라마, 미하일 고르바초프, 아웅산 수지 여사 등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의 핸드 프린팅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또 평화의 종 공원에는 29개국에서 보내 온 종들이 전시돼 있고 울림·평화의 정원 등이 조성돼 있다. 댐 하부 국제평화아트파크에는 탱크와 전투기, 대북 확성기가 거대한 예술품으로 변신해 평화의 소중함을 말없이 웅변한다. 평화의 댐 한쪽에 위치한 비목(碑木)공원에는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가 나무로 엮어 만들어진 십자가에 걸려 있다.
평화의 댐 인근 비목공원의 비목.
백암산 케이블카 안보관광 주인공 예약
이르면 8월 개통 예정인 화천 백암산 케이블카. 화천군 제공
백암산 케이블카는 2014년 3월 착공해 8년 만에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 케이블카는 총연장 2.12km로 46인승 2대가 운행된다. 해발 1178m 산 정상에 오르면 남과 북의 거대한 댐 2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군사지역으로 반세기 넘게 보존된 자연 환경은 관광객들에게 낯선 원시림의 식생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민간인 출입 통제선 이북에 위치해 사전에 출입 신청을 해야 하고, 하루 관람 인원이 500명으로 제한되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케이블카 이용 요금은 성인 및 청소년(13세 이상) 1만9000원, 소인(13세 미만) 1만4000원이며 화천군은 물론 강원, 경기 접경지역 9개 시군 주민은 30% 할인된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