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서 서로 부는 무역풍 세지면서 동태평양 고온 해수 서쪽으로 이동 강한 고기압 형성되며 강수량 급감 지구온난화, 해류 이동에 큰 영향 “21세기엔 가뭄 현상 10배 늘 것”
가뭄으로 말라비틀어진 토양. 지난해 12월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집계된 최근 6개월간 강수량은 166.8mm로 평년 강수량 344.6mm의 절반 수준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지난겨울부터 역대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집계된 최근 6개월간 강수량은 166.8mm로 평년 강수량(344.6mm)의 절반 수준이다. 기상 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최저치다.
전국 곳곳은 이미 식수와 농업용수 부족 같은 가뭄 피해를 겪고 있다. 경남 밀양에선 이례적으로 6월 들어 대형 산불도 발생했다. 6월에 500ha 이상의 피해를 입힌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것은 1986년부터 산불 통계를 낸 이후 처음이다.
○ 가뭄 원인 라니냐로 추정, 세계 곳곳 몸살
과학자들에 따르면 가뭄은 네 종류로 분류된다. 강수량과 무강수 계속일수를 기준으로 하는 기상학적 가뭄, 농업에 영향을 주는 농업적 가뭄, 하천과 저수지 등 가용 수자원을 기준으로 하는 수문학적 가뭄, 물의 수요공급에 관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사회·경제적 가뭄 등이다.
지난겨울부터 강수량이 떨어진 이유는 뭘까. 기후 과학자들은 올 들어 기록적인 가뭄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열대 중동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라니냐 현상을 꼽고 있다. 라니냐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기상청 엘니뇨·라니냐 전망에 따르면 지난달 8∼14일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26.7도로 평년보다 1.2도 낮다. 라니냐 현상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적도 무역풍이 강해져 동태평양의 따뜻한 해수가 서태평양으로 옮겨가며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태평양에 강한 고기압이 나타난다. 강한 고기압은 반작용으로 저기압을 강화시키고 그 반작용으로 고기압이 다시 강화된다. 한국은 강한 고기압이 작용하는 지역에 놓이면서 결국 비구름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근 위성사진을 분석하면 비구름은 예년보다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비슷한 분석은 인접한 중국에서도 나왔다. 위안 싱 중국 난징정보과학기술대 수문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봄 중국 남서부 지역이 겪은 고온과 가뭄 현상의 원인이 그해 태평양 서부 필리핀해에서 발생한 라니냐 현상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인 애트모스페릭 사이언스’에 지난달 11일 공개했다. 실제로 중국 남서부 지역인 충칭과 청두는 지난해 봄 1961년 이후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동태평양과 마주한 미국과 아르헨티나 역시 기록적인 가뭄을 겪었다. 서태평양의 인도도 폭염 피해를 입었다.
○ 가뭄 앞으로 더 자주 오고 강해질 것
라니냐 현상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더 잦게 발생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해류 흐름의 변화로 라니냐 현상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딥티 싱그 미 워싱턴주립대 환경학과 교수 연구팀은 올해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라니냐 현상의 결과로 20세기에 비해 21세기에 가뭄 현상이 10배 더 증가할 것이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북미와 중미, 동아시아, 남아시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가뭄이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가뭄이 이달 말부터 점차 완화돼 7월 중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5일 발표된 정부 가뭄 예·경보 3개월 전망에 따르면 6월 말부터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비가 예상된다. 이날 현재 전국 대부분에 내린 4단계 가뭄 예·경보도 9월에는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성민 기상청 수문기상팀 사무관은 “전반적으로 강수량이 회복되는 시기”라며 “어느 정도 가뭄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