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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계 핵질서 중대 변화 직면” IAEA의 ‘北核 도미노’ 경고

입력 | 2022-06-20 00:00:00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7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쇄 핵실험을 할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공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를 복원한 데 이어 4번 갱도 주변을 정비하고 있다며 “어떤 종류의 핵실험도 할 수 있는 준비”라고 분석했다. 전술핵무기는 물론 수소폭탄까지 연쇄 핵실험 징후라는 것이다. 그로시 총장은 “세계 핵질서는 중요한 변화를 맞고 있다. 일부 국가는 잠재적으로 핵무기 보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세계적인 ‘핵무장 도미노’를 우려했다.

그로시 총장의 발언은 북한 핵실험이 낳을 세계 핵질서의 중대한 변화를 경고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의 소형·경량화를 통한 전술무기화는 물론 초대형 핵탄두의 생산을 공언해 왔다. 연쇄 핵실험은 결국 북한이 언제든 국지적으로 사용가능한 실전용 전술핵무기는 물론 핵 강국의 대응에 보복할 2격 능력까지 갖추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 된다. 이런 핵 도발의 여파는 동북아지역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우려다.

핵무기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첫 투하 이래 70년 넘게 사용되지 않았고 사용해서도 안 될 금기(nuclear taboo)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미중 전략경쟁과 러시아의 전쟁 도발로 신냉전 대결 기류가 격화되면서 이런 ‘핵 금기’는 무너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을 향해 공공연히 ‘핵전쟁’을 거론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핵무기의 선제 사용 가능성을 위협하며 핵사용의 문턱을 크게 낮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핵 도발은 동북아와 중동 국가들이 거리낌 없이 핵 보유에 나서게 만들고 핵전쟁의 지옥문을 열게 만드는 위험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한국과 일본, 대만에선 자체 핵무장 또는 전술핵 도입론이 떠오르고 있다. 그런 핵 도미노를 가장 두려워해야 할 나라는 중국이다. 북한의 핵 질주에 그나마 제동을 걸 수 있는 나라도 중국이 유일하다. 지금처럼 북핵을 마냥 방관하다간 중국은 온통 핵무장 국가들로 포위당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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