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북부서 시작 ‘열돔’ 동-남부로 인구 3분의 1이 폭염 영향권 캔자스주에선 소 수천 마리 폐사… 佛 75년만에 가장 이른 폭염 북극도 평년보다 기온 3도 높아 “온실가스 때문에 폭염 100배로”
17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한 공원에서 많은 아이들이 분수의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최근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스페인에서는 이날 기온이 43도까지 치솟았다. 미국, 프랑스,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도 6월에 이례적인 폭염이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마드리드=AP 뉴시스
최근 미국 전역에 폭염이 덮친 가운데 올여름 내내 대형 ‘열돔(heat dome)’이 형성돼 최소 수천만 명이 ‘가마솥더위’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네브래스카, 미주리, 캔자스주 등 미 중서부의 기온이 37도를 넘나들면서 캔자스주에서는 소 떼 2000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열돔 주변의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폭우, 토네이도 등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기상 이변도 속출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인도, 프랑스, 스페인 등 세계 곳곳에서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등 재앙에 가까운 이상 고온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 美 인구 3분의 1 폭염 영향권
16일 캔자스주 당국은 약 2000마리의 소가 고온으로 폐사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는 소들이 뙤약볕을 견디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네 다리를 뻗은 채 널브러져 있다.
최근 남서부 애리조나, 뉴멕시코, 콜로라도주 등에서는 가뭄과 화재경보 또한 잇따르고 있다. 반면 일리노이주, 인디애나주 등에서는 폭우와 토네이도가 몰아쳐 일부 지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 유럽-인도도 이상 고온에 신음
유럽 주요국 상황도 심상치 않다. 스페인은 이달 초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남부 일부 지역은 43도까지 올랐다. 수도 마드리드의 15일 최고기온 역시 40.5도를 기록했다. 영국 기상청은 일부 지역에 ‘열 건강 주의보’를 최고 4단계 중 3단계까지 발령했다. 프랑스도 17일 일부 지역에서 한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었다. 1947년 이후 연중 가장 이른 시기에 ‘40도 폭염’이 찾아온 사례다. 일부 시 당국은 시민들의 야외 활동을 금지하고 콘서트, 대규모 모임을 ‘폭염이 끝날 때까지’ 취소했다.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는 실내 행사도 금지했다. 북극도 평년보다 3도가량 높은 기온이 관측됐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최근 인도 남부의 한낮 최고기온도 50도를 넘었다. 파키스탄의 지난달 일평균 최고기온은 45도였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면서 온난화와 열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영국 런던 임피리얼칼리지의 기후전문가 프리데리케 오토는 “온실가스 때문에 유럽에서만 폭염 빈도가 100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클레어 눌리스 세계기상기구(WMO) 대변인은 “기후변화의 결과로 폭염이 더 빨리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열돔(heat dome)지상 5∼7km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특정 지역에 반구 형태의 지붕을 만들며 뜨거운 공기를 가둬 폭염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