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해 2021년 10월 20일 누리호가 당시 발사대로 향하는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10년이 넘는 개발의 마무리, 우주로 불을 뿜는 일만 남았지만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험난한 한 주를 겪고, 이제 발사대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바람’이었고 그 다음은 ‘센서 이상’이 예기치 못한 걸림돌이었다. 21일 발사를 앞둔 누리호는 이번에는 비와 구름을 뚫고 우주로 향할 전망이다.
누리호의 첫 시도는 지난해 10월이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어렵다는 단 분리·완전 연소·엔진 클러스터링 등을 성공적으로 구현했지만, 3단 엔진이 일찍꺼지며 다음을 기약했다.
14일 오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앞 우주과학관에 내걸린 태극기 등의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 2022.6.14 사진공동취재단
많은 이들의 꿈을 가지고 우주로 향할 누리호가 겪은 험난한 지난 한 주를 정리했다.
◇첫 연기는 거센 바람 때문…15일→16일 연기
지난해 10월 첫 도전에서 누리호는 목표로 했던 고도 700㎞ 궤도에는 도달했지만 위성 모사체를 진입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3단 엔진이 일찍 꺼져 궤도 진입 속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연구진은 원인을 규명하고, 문제 보완에 바로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는 누리호 개선 및 2차 발사 준비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한 결과, ‘6월15일’이 다음 발사일로 선정했다.
누리호 발사를 위해서는 발사체가 하루 전 발사대로 이동, 기립 및 연결, 점검 작업을 거쳐야 한다. 15층 건물 높이에 상당하는 약 47m의 누리호에서 고공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강한 바람은 위험 요소가 된다.
◇두번째는 무기한 연기, 발사대 섰지만…‘센서 이상’
1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KSLV-Ⅱ)가 다시 조립동으로 이송되기 위해 발사대에서 내려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산화제 탱크 내부의 레벨 센서가 비정상적인 수치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며 “기립 상태에서 접근해 확인이 어려워 현 상태로는 발사 준비 진행이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발사체 조립동으로 이송해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22.6.15 사진공동취재단
연구진은 최대한 발사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결국에는 현장에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발사를 주관하는 발사관리위원회는 이같은 사실이 오후 5시께 보고받고 누리호를 되돌리기로 결정했다.
16일부터 항우연은 누리호의 1단부에 대한 본격적인 점검에 착수했다. 레벨 센서 시스템은 부표가 부착된 레벨 센서, 신호를 모아 처리하는 신호처리박스와 이와 관련된 전선으로 구성됐다.
이중 신호처리박스나 전기 배선의 문제일 경우, 비교적 간단히 보완할 수 있다. 반면, 센서 자체가 문제일 경우에는 일이 복잡해진다. 센서가 부착된 탱크를 열기 위해서는 1·2단을 분리해야하기 때문이다.
1단과 2단 연결 부위에는 비행 중 분리 장치 및 화약류가 설치된 상태여서 섬세하고 신중하게 작업해야 한다. 자연히 분리·조립·재점검에 긴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점차 발사에 불리해질 날씨도 우려를 더했다.
◇항우연 연구진 결국 방법을 찾아냈다…21일 재도전, 날씨는 여전히 변수
점검 결과, 설비 이상은 레벨 센서 자체의 결함이었다. 당초 항우연 브리핑을 통해 알려진대로면 장시간의 추가 작업이 필요한 상황.
연구진은 주어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1, 2단 분리’를 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레벨 센서의 전기 부품 쪽에 이상이 있다라는 걸 확인한 후, 단분리 없이 교체가 가능할지 도면 검토 작업을 했다”며 “17일 오전 8시30분부터 문제가 있는 부분 등에 대한 철거 작업을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또 문제 부품을 기체 밖으로 꺼낸 상태에서 다시 한번 점검해 부품 문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찾아낸 새로운 정비 방법 덕분에 누리호 2차 발사는 긴 지연 없이, 21일 재도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작년 10월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누리호는 길이 47.2m에 200톤 규모로, 엔진 설계와 제작, 시험과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됐다. 레이어 합성
고정환 본부장은 문제는 해결했으나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도 밝혔다. 그는 “발사체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이번 보완작업으로) 100% 문제없다고 개런티(보증)할 수 없다”며 “다만 유사한 부분에 대해서 (추가) 점검했기 때문에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말했다.
기체에서 이상이 추가로 발견되지 않는다면, 남은 변수는 ‘날씨’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향후 기상상황을 고려할 때 시간이 흐를수록 기상 상황이 악화할 전망”이라며 “기상 상황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발사 유력 시점인 21일 오후에는 구름이 끼다가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친다. 또 바람은 초속 4~5m 정도로 불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는 낙뢰 가능성이 없고 바람이 평균 초속 15m이하 일 경우 발사를 시도할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