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퇴임하는 대통령 로드리고 두아르테(77)의 딸 사라 두아르테가 19일 부통령으로 선서를 마치고 취임했다.
사라 두테르테(44)는 아버지의 인권탄압 기록과 수천명의 마약사범을 직접 총살하는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마르코스 2세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압도적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
취임식은 그가 시장으로 있던 남부 고향도시 다바오에서 이임식과 겸해 미리 거행했다. 필리핀 헌법에 따른 공식 취임식은 6월 30일 페르난드 마르코스 주니아 대통령 당선자의 러닝 메이트로 함께 치를 예정이다.
전통적인 초록빛 의상을 입은 그녀는 어머니가 들고 있는 성서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자신이 얻은 득표수를 거론하며 “ 3220만명의 필리핀 국민의 목소리를 더 크게, 확실히 들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지지자들 수천명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세 자녀의 엄마인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필리핀 국민에게 건국 영웅 호세 리잘의 애국심을 거론하며 빈곤과 가정파괴, 불법 마약, 온라인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는 자녀들의 보호를 촉구하는 등 보수적인 선거전을 펼쳤다.
77세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한 때 자신도 1980년대에 시장을 지냈던 항구도시 다바오의 시청에서 거행된 딸의 취임식에 엄청난 경호부대를 거느리고 참석했다.
평범한 중산층 출신의 두테르테 일가는 오랫동안 공산 게릴라와 무슬림 반군, 폭력적인 정치 세력의 무장대결의 터전이던 이 남부 지방에서 놀라운 정치 왕국을 건설했다.
사라 두테르테와 마르코스 2세의 당선은 많은 국민들에게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들은 자기 부친들이 저지른 인권범죄와 국민에 대한 탄압 등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데다가 오히려 존경심까지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코스 2세와 사라 두테르테는 국민의 단합 등 애매모호한 진영논리를 기반으로 선거운동을 펼쳤고 두테르테가 은퇴 이후에는 인권 범죄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운동가들의 요구에는 명확한 대답이나 대응을 한 적이 없다.
게다가 두테르테의 아들 중 세바스티안은 누나의 뒤를 이어 다바오 시장을 계승했고 또 다른 아들 파올로 두네르테는 5월9일 총선에서 하원의원 직을 차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인이 된 부친도 전 다바오 주지사였다.
필리핀의 선거는 오랫 동안 같은 혈연의 정치가들이 지배해왔다. 전국적으로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가문이 최소 250개가 넘는다. 그런 족벌 정치는 물론 헌법에는 금지된 것들이다.
사라 두테르테는 이번에 부친과 지지자들의 대통령 출마 권유는 거절했지만 장래에 출마할 가능성은 남겨두고 있다. 지난 해 대선후보 여론 조사에서 마르코스 2세와 비슷한 대규모 지지자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통령직 뿐 아니라 교육부 장관 겸임도 수락한 상태이다. 처음에는 국방부 장관을 더 선호했는데, 이는 대통령직에 이르는 전통적인 도약대로 여겨져왔다.
사라는원래 의사가 되고 싶어 의대를 졸업했지만 나중에 법학 공부를 하고 2007년부터 정치에 뛰어들었다 . 처음엔 다바오 부시장으로 선출되었다가 3년 뒤에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2011년에는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내 빈민가를 경찰을 동원해 철거한 지방법원 관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공격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나돌면서 전국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아버지와의 불화에도 2016년 대선에서는 지지를 표하기 위해서 삭발을 하는 등, 과격하고 선동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마닐라( 필리핀)= 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