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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23분 TV 출연 우크라 문제 침묵…보다 적극 지원해야” WSJ

입력 | 2022-06-20 11:13:00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주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온적이라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민주주의 혁신 재단(Renew Democracy Initiative) 개리 카스파로프 대표의 기고문을 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ABC 방송 토크쇼 “지미 킴멜 라이브”에 출연해 23분 동안 인터뷰를 했다.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는 한 번도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1.6일 의회폭동, 임신중절, 총기규제 등의 국내적 이슈를 다뤘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가치가 없는 듯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하는 것은 비록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옳은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책임전가에 치우친 듯하다. 며칠 전 민주당 기부금 모금 모임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경고했으나 우크라이나가 이를 인정하길 거부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인정하지 않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은 무슨 일을 했나. 푸틴의 침공을 막기 위해 지원을 하거나 제재를 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이 터져야 미국이 지원에 나설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당시 행동하지 않은 대가를 지금 톡톡이 치르고 있다. 학살, 파괴, 전쟁범죄, 식량과 에너지난 등이 그것이다. 지난 2014년 처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과 유럽 각국은 푸틴을 억제하지 않고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의존도를 낮추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끌어안았다.

오히려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거 사들여 푸틴이 전쟁에 쓸 수많은 자금을 제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과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푸틴은 22년 동안 재임하면서 취약한 서방 지도자들이 말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미 정보기관이 자신의 침공 계획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단이 없다는 것을 주목했다. 우크라이나가 몇 시간 만에 붕괴할 것이라고 보고 젤렌스키 대통령 도피 주선을 제안한 것을 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와 지혜가 이같은 생각이 잘못임을 입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해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동부 돈바스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크라이나가 영토와 주권을 회복하고 푸틴의 전쟁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러시아가 영토를 장악한 뒤 재무장할 수 있게 되며 우크라이나는 점령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

푸틴은 표트르 대제 탄신일인 지난 9일 TV 연설에서 실지를 “회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러시아를 현대화하고 유럽과 관계를 개선한 표트르 대제와 달리 푸틴은 러시아를 고립시켜 암흑기로 빠트리고 있다. 독재자들은 툭하면 거짓을 말하지만 자신들의 목표는 분명히 하곤 한다. 푸틴은 소련 제국의 재건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이번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 경제포럼에서 키이우에서 오데사까지로 돼 있던 “엣 우크라이나” 지도를 제시했다. 식민주의는 서유럽이 만든 것이 아니다.

바이든과 서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상황 악화를 우려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푸틴이 성공하면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직접 대결이 불가피한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백악관은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2차대전 때 미국의 무기대여법에 따라 수백만t의 물자가 소련에 지원됐다. 2차대전 때 나치 독일의 U-보트 잠수함의 위험보다 지금 우크라이나에 수백대의 곡사포를 지원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는 모든 물자가, 심지어 총알까지 바닥이 나고 있다. 미국은 의지만 있다면 지원할 수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독일 람스타인 공군기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장거리 공격무기도 포함돼 있다. 좋은 일이지만 더 많이 필요하다. 푸틴이 다음 공격을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만 만드는 협상을 거론하지 말라. 우크라이나를 돕는 건 자선행위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대가를 치르지 않고 지켜지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의 고통은 푸틴을 막지 못해 겪을 대가에 비할 바가 못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