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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게릴라 출신 대통령 당선…첫 좌파정권 탄생

입력 | 2022-06-20 11:17:00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62)가 19일(현지 시간) 승리해 사상 첫 좌파 대통령 탄생을 확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페트로 당선인은 득표율 50.47%로 부동산 재벌 출신 루돌포 에르넨데스 후보(47.27%)에 신승을 거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오랫동안 사회적, 인종적 불평등으로 쪼개져 있는 나라의 변혁을 요구한 젊은이들이 페트로의 당선을 이끌었다고 해석했다. 디지털로 연결돼 ‘틱톡 세대’로 불리며 지난해부터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더 수준 높은 교육, 좋은 일자리를 부르짖으면서 10%대 인플레이션, 20%대 청년실업률, 40%대 빈곤율 해소를 요구했다.

이번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25%를 차지한 28세 이하 유권자는 약 900만 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대선 전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 개혁을 내세운 페트로 당선인은 18~24세 유권자 68%, 25~34세 유권자 61%의 지지를 받았다.

페트로 당선인은 석유 수출과 불법 마약시장에 의존하는 콜롬비아 경제 체제가 부익부빈익빈을 공고히 한다며 신규 석유 개발 전면 중단, 사회(복지)프로그램 확대, 부자 증세를 통한 경제 재건을 약속했다. 다만 이 공약이 실현될지는 회의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군 세력 폭력의 역사가 긴 콜롬비아에서는 무장 게릴라 활동을 했던 당선인의 이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18세 때 수도 보고타 외곽 지역의 빈곤에 충격을 받고 도시 게릴라 ‘M-19’에 가입해 10년간 활동했다.

M-19는 1970년 군부 독재자 구스타보 로하스 피니야가 이끄는 국민대중연합(ANAPO)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대학생과 활동가들이 민주화와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결성한 무장 단체다. 대형 슈퍼마켓 트럭에서 우유를 훔쳐 빈민에게 나눠주는 등 의적(義賊) 이미지를 구축하려 노력했다. M-19는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같은 다른 반군 세력에 비해 폭력성은 강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1985년 사법부 건물을 점령해 인질극을 벌이며 정부 군경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94명의 사상자를 낳기도 했다. 근대 이후 콜롬비아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난 유혈사태로 기록됐다. 당시 페트로 당선인은 M-19 활동 관련 혐의로 수감 중이어서 이 사태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후 M-19는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어 1990년 해산한 뒤 평등 인권을 기치로 한 정당으로 변모했다. 페트로 당선인은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며 정치 커리어를 쌓았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