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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실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변신하는 철도역사

입력 | 2022-06-20 12:24:00


한국 철도의 상징인 ‘서울역’과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가 교차하는 허브역인 ‘오송역’이 문화공연장과 휴식공간, 편의시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다. 12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역은 2011년 단순한 기차역에서 예술전시공간을 갖춘 다목적 공간으로 바뀐 데 이어 또 한번 변신을 꾀하게 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0일(오늘) 단순한 열차 승·하차 대기실로만 활용돼온 철도 역사(驛舍)를 문화와 편의시설이 융합된 시민친화형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서울역과 오송역 일부에 개방형 복합라운지를 조성해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또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대상을 용산역, 대전역, 동대구역, 부산역 등 주요 KTX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철도역을 문화와 정보교류의 장소로 활용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따르기 위한 것이다. 이에 맞게 청년건축가들과 협업을 통해 진행한 설계 및 디자인 작업에 국내외 유명 백화점과 호텔, 공항의 라운지 등을 벤치마킹했다.
● KTX 대기실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철도역

KTX 열차 © News1

올해 말까지 리모델링이 추진될 서울역의 경우 KTX를 탈 수 있는 민자역사 3층 일부(면적·2150㎡)에 승하차대기 공간과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연장,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쉼터공간 등이 들어서는 복합라운지가 조성된다.

전체 공간은 전통과 환경이라는 주제에 맞게 설계됐다. 이를 위해 한지와 청사초롱을 활용한 구름형 모빌(MOBILE)과 녹색식물을 식재한 그린벤치 등을 설치해 식물원 느낌을 받게 될 것으로 코레일측은 설명했다. 현재 이곳은 코레일 멤버십 라운지로 활용되고 있다.

내년 2월까지 변신하게 될 오송역은 2층(1336㎡)에 회의 및 업무공간과 카페 등 휴식공간을 확충하는 데 중점이 두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원형기둥에 여행과 뉴스 등의 정보가 제공되는 디지털 정보디스플레이 등이 설치된다.

국토부 강희업 철도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철도역이 단순히 열차를 타고 내리는 장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여행 및 문화 교류공간으로 거듭나도록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철도역사를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활발하다. 영국 중부지역에 위치한 버밍엄이 대표적으로, 1967년에 재건축한 철도역사를 2015년에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해 지역명물로 바꿨다. 이후 철도역 유동인구가 12배 증가하고, 인근 숙박예약률이 80% 이상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국토부도 서울역과 오송역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면 177명의 일자리 신규 창출과 연매출 90억 원 이상의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복합문화공간 추가하며 또다시 변신하는 서울역
한편 이번 조치로 12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역은 또 한 번 커다란 변신의 기회를 맞게 됐다. 현재 서울역은 공연전시공간으로 사용되는 구역사(‘문화서울역284’)와 민자역사 구간으로 나뉜다.

문화서울역284 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역은 1900년 7월 남대문 정거장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역사의 모습은 갖추지 못한 채 120㎡ 크기의 목조 가건물이 들어선 간이역이었다.

이후 서울역의 이름은 남대문역-경성역으로 바뀌었고, 1925년 9월 현재 우리가 보는 서울역 구역사가 준공된다. 돔 형태의 지붕과 벽돌로 지어진 르네상스식 외관과 은그릇과 은촛대 등으로 장식된 한국 최초의 양식당(‘그릴’)을 갖춰, 당시로서는 최신 문물을 보여주는 문화상징이었다. 그릴은 코로나19 등에 따른 영업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개업한 지 96년 만인 2011년 11월 30일 폐업했다.

1947년 11월 마침내 역 이름은 서울역으로 바뀌었고, 2004년 민자역사가 완공되면서 100여 년간 지켜왔던 한국의 대표 관문역으로서의 역할을 마감한다. 이후 2011년 8월 ‘문화역서울284’라는 이름을 얻고, 예술품 전시 및 문화예술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서울역 민자역사는 △간선철도인 경부선, 경의선, 인천국제공항철도 △수도권 전철 1호선 경부선 구간과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의 출발역이다. 또 수도권 전철 4호선이 지나가며 연간 이용객 1억 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철도교통의 핵심거점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