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법무부는 20일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창복 씨(84)에 대해 초과 지급 국가배상금의 원금만 납부하면 지연 이자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법무부는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시로 차관 주재하에 법무부(승인청), 서울고검(지휘청) 및 국정원(소송수행청) 관계자가 참여한 ‘초과 지급 국가배상금 환수 관련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이 씨가 국가에 갚아야 하는 과다 배상금의 지연 이자 납부를 면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옥살이했던 피해자들은 2008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이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해 약 11억 원을 가지급받았다.
그러나 2011년 대법원이 배상액을 약 6억 원으로 감축해 5억 원의 초과 지급 국가배상금이 발생했다.
국가는 이 가운데 이 씨를 상대로 2013년 초과 배상금 5억 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내 이겼고 이 씨가 이를 갚지 못하자 2017년 이 씨 소유 자택에 강제집행 신청을 했다.
이 씨는 초과 지급 국가배상금 원금은 물론 그간 매년 20%의 지연 이자가 붙어 약 9억6000만 원의 이자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이 씨는 2019년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고, 재판부는 지난달 4일 이 씨가 원금 5억 원을 분할납부하면 지연 이자 약 9억6000만 원을 면제하도록 하는 화해권고를 했다.
법무부는 △예측할 수 없었던 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다액의 지연 이자까지 반환토록 한 점이 가혹할 수 있는 점 △국가채권관리법상 채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 없이 원금 상당액을 변제하면 지연손해금을 면제하는 것이 가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가배상으로 받을 돈은 6억 원인데, 토해내야 할 돈은 15억 원이 돼 방치하면 해당 국민이 억울해 지게 됐고, 이에 국정원과 깊이 논의해 결정한 것”이라며 “배상 진행 과정에서 국가의 실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른바 ‘줬다 빼앗는’ 과정이 생겨 국민이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는 오직 팩트, 상식, 정의의 관점에서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 진영논리나 정치논리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송수행청인 국정원은 “인권침해 등 잘못된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자를 위로한다는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대안과 해결 방법을 찾았다”며 “과거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이번 사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화해권고안 수용 입장을 적극 개진했다”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