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동남아 등 물가 최고치…항공운임도 2년 전보다 30% 올라 고유가-고환율과 함께 여행 ‘악재’…업계 “코로나 끝나니 고물가” 울상
“아이들이 있어서 음식을 덜 시키는데도 4인 가족 한 끼에 60달러(약 7만7000원)가 넘어요. 물가가 완전 미쳤어요.”
최근 괌 여행을 다녀온 A 씨가 전한 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인 2019년보다 20∼30%는 오른 것 같다는데요. 4인 가족이 일주일 동안 괌 여행에서 쓴 돈은 800만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A 씨가 한마디 보탭니다.
“이런 물가라면 두 번은 못 가겠어요.”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C 씨는 “공유 차량 우버를 탔는데, 유가가 올랐다고 추가 비용을 받더라”며 영수증을 보내왔습니다. ‘연료비 인상을 반영한 임시 추가 요금’ 목록이 새로 생겼다는 설명과 함께입니다.
여행 관련 카페에서는 해외여행 물가를 놓고 아우성입니다. “이게 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때문이다” “여행 가려고 돈 모았는데, 돈 더 모아야 가겠다” “여행 한번 갔다간 집안 기둥 뽑히겠다”는 등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반응들이 즐비합니다.
실제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5월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8.1% 올랐습니다. 20여 년 만에 최대폭 상승이랍니다. 미국인들의 소비는 전년 대비 10∼20% 줄었다고 하네요.
항공운임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 중 국제항공료 지수는 지난달 128.7을 찍었습니다. 2020년 평균을 100이라고 했을 때의 상대적 가격입니다. 즉, 2020년보다 30% 가까이 항공료가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그나마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심리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5월 소비자동향 조사를 보면 ‘여행비 지출 전망’은 올해 초 87에서 지난달 104까지 올랐습니다. 100이 넘으면 여행 지출 의사가 크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가 끝나가면서 꾹 참았던 해외여행 욕구가 폭발하고 있는 겁니다.
여행·항공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들려면 국민들이 연평균 2회 이상 해외를 가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복심리로 여행을 한 번은 가겠지만 물가에 데어 두 번은 가지 않는다면 ‘호황’에 대한 기대는 아예 접어야 할지 모릅니다.
항공업계 임원의 한마디가 귀에 맴돕니다.
“코로나가 끝나니 고물가가 마중을 나왔네요.”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