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악기 기증받아 전문가 수리… 2년간 108점 모아 100명에게 전달 서초교향악단 연주자들 재능기부도… 재사용 힘든 악기는 예술작품으로 “악기 배우며 음악에 대한 관심 커져”
서울 서초구 반포도서관에서 초등학생들이 고장 난 악기를 활용해 만든 미술 작품을 보고 있다. 작품들은 반포도서관에 이어 양재도서관, 서울나래학교, 내곡도서관 등에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서초구 제공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도서관. 한쪽 벽 해바라기 그림 바로 옆에 바이올린이 걸려 있었다. 파란색 물감을 두른 바이올린 몸체에는 벽면과 같이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었다. 벽에 걸린 또 다른 악기엔 알록달록한 꽃과 풀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미술 전시회를 온 듯 도서관을 찾은 초등학생들도 한참 동안 악기를 바라봤다. 멋진 예술작품으로 다시 탄생한 이 악기들은 사실 수명을 다해 연주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다. 서초구에 기부된 악기 중 재사용이 어려운 것을 골라 색깔을 입힌 것이다.
○ 고장 난 악기 수리… 취약계층 아동 지원
서초구는 2020년부터 클래식악기를 기증받아 주민들의 문화활동 활성화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고장이 났거나 사용하지 않는 악기를 기증받은 후 전문가의 수리·소독 등을 거친 후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선물한다. 서초교향악단 연주자들이 이 악기로 아이들에게 레슨도 한다. 작은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작품들은 반포도서관을 거쳐 △양재도서관 △서울나래학교 △내곡도서관 등에 올해 말까지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서초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상 회복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악기 교육 횟수를 늘리고 앞으로 교육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합동 공연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 문화 소외계층 아동 음악 관심 계기
구에 따르면 2년간 108점의 악기가 기증돼 100명의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전달됐다. 기증된 악기는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으로 다양한데 일부 악기는 수백만 원이 넘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서초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 장인들과 함께 악기의 상태를 꼼꼼하게 따져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며 “문화 소외계층 아이들이 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좋은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바이올린을 3개월가량 배운 초등학생 김모 양은 “바이올린에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배우다 보니 실력도 늘고 재미도 있다. 계속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음악에 대한 관심도 악기를 배우기 전보다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