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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배달 오토바이, 인도-횡단보도 침범에 보행자 화들짝

입력 | 2022-06-21 03:00:00

[보행자에 진심인 사회로]〈7〉오토바이 불법주행, 이젠 STOP!



이륜차 2대가 8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정문 앞 횡단보도를 보행자들과 함께 건너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8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정문 앞 삼거리. 왕복 4차로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 틈으로 배달 오토바이들이 아슬아슬한 곡예주행을 시도했다. 차량 행렬 앞으로 가기 위해 신호대기 상태에서 중앙선을 넘거나 보행자가 걷고 있는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오토바이도 목격됐다.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횡단보도와 인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들 탓에 보행자들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륜차의 ‘무법 주행’이 이어지자 경찰은 5월 말부터 특별단속을 시작했는데, 이날은 단속이 시작되자마자 36명의 운전자가 범칙금 또는 계도 처분을 받았다. 단속에 참여한 동대문경찰서 임윤균 경위는 “이륜차가 횡단보도에서 주행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면 보행자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7월 말까지 집중단속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이륜차 사고만 매년 2만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급증한 ‘배달 라이더’들이 ‘도로와 인도의 무법자’로 불리며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라이더들은 최대한 빨리 배달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상당수가 교통법규를 무시한 주행을 이어가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이륜차(사륜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 등 포함) 교통사고는 2만598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2만898건에서 2020년 2만1258건으로 증가한 후 지난해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매년 2만 건이 넘는 이륜차 사고가 발생하는 것.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도 2019년 498명, 2020년 525명, 지난해 459명으로 연간 4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부상자는 2019년 2만6514명에서 지난해 2만6617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991년(1만3429명) 이후 매년 급감하며 지난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00명대(2916명)에 진입한 것과는 정반대 추세다.


이륜차 교통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은 교통법규 위반이 일상화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륜차의 신호 위반은 2019년 4만7887건에서 지난해 8만6912건으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륜차 중앙선 침범 적발 건수는 4602건에서 9620건으로, 인도 통행 적발 건수도 1만2037건에서 2만522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경찰에 단속되지 않는 ‘불법 이륜차’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활용해 단속 정보를 공유하거나, 아예 번호판을 조작해 카메라를 피하는 사례가 많다”며 “현장 단속이나 과속단속 카메라만으로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만 253건의 이륜차 번호판 규정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도로에 설치된 각종 단속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번호판을 의도적으로 꺾거나 번호판 부착 위치를 카메라가 감식하기 어려운 곳으로 변경하는 등 ‘꼼수’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 “이륜차 번호판 더 잘 보이게 만들어야”

정부는 이륜차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올 3월부터 배달인증제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따라 배달 경쟁력이 있는 사업자를 정부가 인증하고, 인증을 받은 업체들은 공제조합을 설립해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게 핵심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이미 인증을 신청했고, 쿠팡이츠서비스(쿠팡이츠)와 플라이앤컴퍼니(요기요) 등 9개 업체도 다음 달 신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증제의 경우 우수사업자를 독려하는 수준이라 영세 배달업체는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장기적으로 자격을 갖춘 업체만 배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록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등록제는 인증제를 한동안 운영해 보고 장단점을 분석한 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성급한 등록제 도입은 큰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만큼 반대 목소리도 잘 고려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륜차 번호판이 더 잘 보이도록 시인성을 개선해 무인 단속의 효과를 높이는 정책도 준비 중이다. 교통안전공단은 현재 번호판의 글자체와 색상, 크기와 디자인 등을 바꾸는 ‘번호체계 개편방안’을 연구 중이다. 또 이륜차 전면에도 번호판을 부착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여러 기관과 업계 종사자들의 노력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이륜차 안전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수연 도로교통공단 교육운영처 과장은 “현장 단속은 물론이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교통법규를 지키려는 이륜차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상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륜차 뒤에만 부착하는 번호판을 전면 번호판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무인 단속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면 운전자들이 좀 더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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