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이제 내가 면접관이 되어 면접을 볼 때가 있다. 지원자들은 주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20대이나 인턴 지원자 중에는 2000년생도 있다. 아직 지원자의 입장이 익숙해서인지 아니면 20대와 긴 시간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비대면 면접인데도 조금 긴장했다.
‘할 말은 하고 개인주의적이다.’ 일을 하다 보면 접하는 20대 초중반에 대한 자료에 으레 나오는 말이다. 반면 면접장의 20대들은 자료나 우리의 상상 속 공포의 ‘Z세대’ 같지 않았다. 면접이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도 그랬다. 20대 지원자들은 지금 30대인 내 또래가 20대였을 때보다 훨씬 더 전문적이었고, 준비도 많이 되어 있었다. “(20대 면접 지원자들이) 다들 어린 나이 같지 않다.” 나와 함께 한 다른 면접관의 평이다.
이력서가 그 증거였다. 요즘 20대는 정규직 지원 전 두세 군데의 인턴이나 계약직 경력이 흔했다. 예전보다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았다는 의미다. 어린 나이 같지 않은 느낌이 들 만하다. 할 말은 하면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했다면 이런 사회 경력을 쌓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인터넷이나 보고서로 드러나는 일부 20대의 모습이 과잉 대표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최근 만난 면접 지원자들처럼 20대 중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다만 방식이 달랐다. 나는 정규직 전환형 인턴을 거쳐 신입사원 공채로 첫 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회사들은 ‘우리가 원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을, 당장은 부족해도 시간을 들여 가르치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나 역시 노력했지만 입사를 하고 보니 취업을 결정지은 요인은 능력이 아니라 내 성향이었던 것 같다. 그 인식에 따라 기업들은 신입사원 교육 과정에서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다.
요즘은 이런 취업 방식이 거의 사라졌다. 역시 비용 때문이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채용 규모와 인재 교육비를 줄인다. 사람이 필요하면 당장 성과를 내는 경력직을 찾는다. 잠재 구직자인 20대들은 그 변화 때문에 ‘공채 신입’이 될 기회를 잃었으니 어떻게든 경력을 만들고 알아서 업무를 배운다. 이력서를 보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다들 잠은 충분히 자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처음부터 알아서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그 시대에 맞춰 20대들은 각자의 최선을 다해 내가 다니는 회사의 면접장까지 왔다. 면접에서의 인상만으로 전체 20대를 정의할 수는 없다. 함께 일해 보면 면접에서 숨겨졌던 단점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윗세대라면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방법을 찾는 게 좋지 않을까. 실제로 만나 보니 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불평하고픈 마음이 사라졌다.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