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갑상샘암 1cm 미만 크기에 전이 없다면… 급하게 수술하지 않아도 돼 목소리는 점차 좋아질 수 있어… 수술 후 부작용 두려워 말고 꾸준하게 약 먹으면서 관리를
평소 꾸준하게 약을 잘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암 치료 중 '이걸 할까 말까' 고민할 때는 환자에게 '그냥 하라'고 말한다. 제 신념이기도 하다. 안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단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후회의 강도가 덜하기 때문이다.
갑상샘(갑상선)암 명의들은 자신이 갑상샘암에 걸리면 어떤 의사를 찾아갈까? 동아일보는 최근 국내 갑상샘암 명의 52명에게 본인이나 가족이 갑상샘암에 걸렸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들을 추천받았다. 이들이 추천한 총 275명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의사는 장항석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외과 교수였다.
―갑상샘암으로 진단받았다. 수술 시기는….
“세계적으로 치료 가이드라인이 있다. 이에 따르면 다섯 가지의 카테고리 안에 들면 급하게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 △암 사이즈가 1cm보다 작을 것 △암이 갑상샘 밖으로 침범해 나오지 않을 것 △림프절(임파선) 전이가 없을 것 △원격 전이가 없을 것 △세포 형태가 아주 위험한 형태가 아닐 것이 이에 해당한다.
동아일보는 최근 국내 갑상샘암 명의 52명에게 본인이나 가족이 갑상샘암에 걸렸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들을 추천받았다. 사진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장항석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외과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수술하면 목소리 변화 등 부작용도 있다고 하는데….
“수술을 하면 필연적으로 수술 부위에 유착이 온다. 상처가 치료되면서 그 부위가 들러붙어 딱딱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래를 잘하던 사람도 음역대가 좁아져 일정 기간 동안 고음 또는 저음을 잘 내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유착이 풀리면서 좋아진다.
―갑상샘암 치료법도 다양해지고 있다는데….
“사실 암 치료에서 가장 좋은 것은 암을 떼어내는 수술이다. 수술 이외에 갑상샘암 치료에서 항암 치료, 방사선 요오드 치료, 갑상샘 호르몬 치료 등이 있는데 이들은 수술 뒤 하는 치료들이다. 방사선 요오드 치료는 몸에 남은 갑상샘암을 다 태워서 없애는 방법이다. 갑상생암이 예후가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전이가 일어나더라도 표적항암제처럼 방사선 요오드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는 갑상생암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난치성 갑상샘암인 미분화암 등 일부 상황에서는 몇몇 항암제가 효과를 보기도 한다. 갑상샘 호르몬 치료의 경우 흔히 약을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까봐 걱정하는 환자가 많다. 이 약은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갑상샘 호르몬과 똑같은 성분으로 매우 안전하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갑상샘 호르몬의 기능이 너무 높게 유지되지 않도록 약물을 조금씩 줄인다.”
―난치성 갑상샘암에 새로운 맞춤형 치료법이 개발됐다는데….
“요즘 항암제는 새로운 신약 개발보다는 기존에 있는 약들을 잘 조합해서 치료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갑상샘암도 마찬가지다. 우리 의료팀은 기존 항암제를 잘 조합한 약 특허를 다섯 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엔 약의 조합뿐만 아니라 약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투약을 해야 하는지 등이 포함됐다. 우리가 새로 밝혀낸 특허지만 다른 병원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많은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갑상샘 수술 뒤엔 목소리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다른 불편한 점이 많이 생긴다. 항상 환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수술 뒤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어떤 날은 불편하고, 또 어떤 날은 너무 멀쩡하다가 어떤 날은 죽을 것 같은 날도 온다. 그러면 환자들이 불안해한다. 평소 꾸준하게 약을 잘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암 치료 중 ‘이걸 할까 말까’ 고민할 때는 환자에게 ‘그냥 하라’고 말한다. 제 신념이기도 하다. 안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단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후회의 강도가 덜하기 때문이다. 수술 뒤 관리법은 다른 일반 건강관리법과 다르지 않다. 운동 열심히 하고 좋은 음식, 특히 제철에 나는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의사 말을 잘 따라주는 것이다.”
장항석 교수가 말하는 갑상샘암의 오해와 진실1 1cm 이하 작은 종양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 (△)
사이즈로만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1cm보다 작은 종양은 대부분 지켜볼 수 있지만 위치에 따라 나쁜 경우도 있어 수술하기도 한다.
2 갑상샘암 수술을 하고 나면 노래를 못한다. (×)
수술을 받으면 아무래도 높은 음역대라든지 낮은 음역대에서 오래 소리를 내는 힘이 조금 약해진다. 그래도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 꽤 많이 좋아진다.
3 갑상샘암 수술 흉터를 잘 안 보이게 할 수 있다. (O)
최근에 흉터를 최소화 하는 수술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미 발생한 흉터를 줄일 수 있는 레이저 치료, 주사요법 등도 나와 있다.
4 유방암 환자들이 갑상생암에 더 잘 걸린다. (×)
수많은 통계에 따르면 갑상생암에 걸릴 확률은 유방암 병력과 관계 없다.
5 갑상생암 수술을 하면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
갑상샘을 전부 절제한 사람은 당연히 일상 생활을 위해 약을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부분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중 갑상샘 호르몬이 충분히 나오는 경우에는 약 복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부분 절제 한 경우라도 수술 뒤 암의 림프절 전이나 피막침범 등이 발견되거나 남아있는 갑상샘 기능이 약할 때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