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김민아 교수,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박사과정 박현규 씨.
강박증의 원인 규명에 한걸음 다가선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연구진이 강박증의 핵심 뇌 신경회로로 알려진 ‘대뇌피질-선조체 회로’ 구조의 손상을 최초로 밝혀낸 것.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은 강박증 환자의 최신 뇌 영상을 활용해 대뇌피질과 선조체를 연결하는 백질의 변화와 선조체의 미세구조 손상을 밝혀낸 연구결과를 17일 발표했다.
강박증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특정 생각, 충동, 장면(강박사고)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이에 따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행동(강박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질환이다. 강박증의 핵심 신경회로는 인지와 행동 과정에 관여하는 대뇌피질-선조체 회로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강박증 환자의 대뇌피질-선조체 백질 연결성에 주목했다. 107명의 약을 복용하지 않은 강박증 환자군과 110명의 건강한 대조군의 자기공명영상법(MRI) 확산텐서영상(DTI)을 이용해 대뇌피질과 선조체를 연결하는 뇌 백질 회로를 재현했다. 이후 각 회로의 백질 연결성을 비교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강박증 환자의 선조체 하위 영역에서 뚜렷한 피질-선조체 백질 연결의 이상과 미세구조 변화를 식별한 최초의 연구다. 김민아 교수는 “대뇌피질과 선조체를 잇는 백질의 이상과 선조체의 미세구조 손상을 통합적으로 관찰함으로써 강박증 환자에서 균형이 깨져있는 신경회로의 구조를 규명했다”며 “강박증에서 나타나는 뇌 신경회로 이상의 구조적 기전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강박증 연구에서 가설로 제안된 신경 기전을 증명해낸 중요한 결과”라며 “이는 신경조절술 등 강박증 환자의 뇌를 직접 자극하는 치료 시 정확한 표적 영역을 제시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SCI 학술지 ‘분자정신의학지(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