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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러 갑니다]“국내 최초 복막투석액 개발에 이어 신장 투석기 국산화 노력”

입력 | 2022-06-22 03:00:00

김길순 보령 신장사업 본부장
만성 콩팥병 환자 전문적 치료 위해… 국내서 유일하게 신장투석 조직 운영
고가의 약 저렴하게 공급 가능해져… 혈액투석액 용기 재활용 사업 진행
고령화 질병에 대한 정부 관심 필요



김길순 보령 신장사업 본부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바이오헬스케어 글로벌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보령 제공


보령 신장사업본부는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신장투석 전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성 약물에 이르기까지 콩팥병 환자 치료에 필요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보령 신장 사업본부가 혈액투석액 용기 재활용 사업을 시작했다. 사회공헌의 사명감으로 뛰어든 보령의 신장투석사업은 이제 연 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내고 있다. 보령의 신장 사업이 성과를 내기까지의 과정과 신장 투석기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김길순 보령 신장 사업 본부장에게 들어봤다.

―보령 신장사업본부는 어떤 조직인가.

“보령 신장사업본부는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다양한 영역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국내 최초로 복막투석액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비싼 신장 투석 비용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현재 보령의 투석제품은 혈액투석제품(인공신장기, 여과기, 혈액회로, 투석액 헤모시스), 복막투석제품(자동복막투석기, 복막투석액 페리퓨어), 신장성 약물(조혈제, 부갑상선기능항진증치료제, 고칼륨혈증 치료제) 등이 있다. 보령 신장사업본부는 본부 핵심 가치인 토레카(Total Renal Care, TORECA)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혈액투석 기기 사용법, 복막투석액 교환 방법, 자동복막투석 사용법 등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필요한 투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별히 신장 사업본부를 따로 만든 계기가 있나.

“신장 질환은 급성 콩팥병과 만성 콩팥병으로 나뉜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신대체요법, 신장 투석, 신장 이식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평생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신장 투석은 의료기기와 치료제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다. 하지만 치료제 단가도 고가인 데다가 구매 과정도 오래 걸린다. 신장 투석 치료제를 공급하는 여러 제약사들이 있었지만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약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의료기기와 치료제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전문화된 조직이 필요했다.”

―운영에 어려움은 없었나.

“전문성이 중요하다보니 조직을 육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보령 신장 사업본부를 만든 지 30년이 됐는데 처음 25년 동안 적자였다. 회사에서는 본부를 유지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제네릭(복제약)을 개발하고 약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수익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지금은 5∼7%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업계의 수익성 확보는 고가의 약을 환자에게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신장 투석기의 국산화 개발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 성과가 있나.

“보령은 오픈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투석기기의 국산화를 목표로 미국 의료기기 업체 엑소레날(ExoRenal)에 60억 원을 출자했다. 엑소레날은 인공 신장기와 신장 투석 장치를 취급하는 의료기기 업체다. 보령은 이 투자로 엑소리널 지분 18.5%를 확보했다. 신장 투석 장치는 내년쯤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2025년 국내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부자재를 인도, 중국 등에서 수입해서 제조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는 품절로 수입이 어려웠다. 유가가 올라가도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의료수가에 가격을 맞추는 것도 중요한데,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가격을 맞출 수 없어 업체는 공급을 포기한다. 이렇게 되면 병원은 고가의 수입 의료기기와 치료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히 환자의 의료비 부담으로 돌아간다. 의료기기와 치료제의 국산화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신장 투석기 용기의 재활용 캠페인도 하고 있다고….

재활용되고 있는 혈액 투석기 용기.

“혈액투석에 사용하는 헤모시스는 10L, 5.5L 두 가지 용기가 있다. 폴리에틸렌 용기다. 환자가 한 번 투석을 하면 5.5L 두통을 사용하게 된다. 일주일에 3번 정도 하니까 총 6통을 사용하게 된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 통을 압축해서 중국에 전량 수출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수출길이 막히면서 병원은 용기 처리가 곤란해졌다. 보령은 용기를 세척해서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했지만 안전성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재활용이다. 의약품 용기는 아직까지 재사용하는 국가가 없다. 재사용의 안전성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공산품으로만 재활용할 수 있다. 재활용 수익은 콩팥병 환자를 돕는 일에 쓰인다. 보령은 현재 재활용 업체와 투석기 용기를 세척, 소독해 재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앞으로 계획과 당부의 말이 있다면….

“국내 투석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7470억 원(혈액투석 4300억 원, 복막투석 870억 원, 신장성 약물 2300억 원)이다. 신대체요법 환자는 2020년 기준 14만5006명으로 혈액투석 환자 11만7398명(81%), 복막투석 환자 5724명(3.9%), 신이식 환자는 2만1884명(15.1%)이다. 의료기기, 치료제의 국산화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지면 수입제품과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보령 신장 사업본부는 혈액투석 분야에서 인공신장기, 여과기 제품을 국산화하고 복막투석 분야 신제품 개발을 통해 국내 브랜드를 보유한 투석 전문 기업이 되고자 한다. 관련 기업들의 협력 모델도 중요하다. 일례로 혈액 투석액을 녹십자에 위탁생산하고 보령은 유통을 담당하면서 비용절감을 통한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해졌다. 상생할 수 있는 형태인 것이다. 신장질환은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발병률도 높아지는 질환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