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과, 전문가 7명 통화 후 ‘정식 자문 필요’ 의견 전문가 7명 중 1명만 ‘정신적 공황상태’ 의견 내 ‘정신적 공황상태’ 발표 후에야 심리자문 의뢰
해양경찰청이 2020년 9월 서해에서 피살된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에 대해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2020년 10월 22일)”고 발표하기 전, 해경 내부에선 ‘심리상태에 대한 전문가의 정식 자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해경은 전문가 1명이 언론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전화로 ‘정신적 공황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낸 것을 근거로 발표를 강행했고, 발표 하루 후에야 정식으로 이 씨의 심리상태 자문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경이 이 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한 근거 중 하나는 당시 본청 정보과에서 작성한 ‘인터넷 도박 중독에 따른 월북 가능성 자문 결과’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정보과가 전문가 7명에게 자문을 구한 것인데, 주로 언론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전화로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당시 본청 정보과에 있던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보과는 7명에 참고로 물어봤던 것”이라며 “수사사항이 아니었다. 사용을 하려면 수사과에서 정식으로 의뢰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경이 정식으로 이 씨의 심리상태 진단을 의뢰한 건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지 하루가 지난 2020년 10월 23일이었다. 이 씨의 심리상태를 정식으로 진단하기 전 판단하고 발표까지 한 것이다.
수사부서에서 심리상태 진단을 의뢰받은 3명의 전문가 중에서도 2명은 ‘당사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제한된 정보만으로 도박장애 여부를 진단하는 건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고, 나머지 한 명만 ‘고도의 도박중독 상태’라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 씨 유족 측으로부터 진정을 접수해 조사에 나선 인권위도 이 같은 해경의 발표를 두고 “추측과 예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정보과에서 취합한 전문가 7명의 의견에 대해 “‘정신적 공황 상태’라는 표현을 사용한 전문가는 7명 중 1명이었고, 언론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전화로 의견을 들었다는 점 등을 참고하면 자문 의견이 객관적이거나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