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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서해 피살’ 자료 공개 놓고도 당리당략만 따지는 與野

입력 | 2022-06-22 00:00:00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의 모습. 뉴스1


우리 공무원의 피격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여야가 연일 서로를 향해 ‘월북(越北)몰이’와 ‘신(新)북풍’이라며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어제도 진상규명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문재인 정부 시절의 청와대 보고 및 대응지시 자료 공개를 압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국회가 국방부로부터 비공개로 보고받은 대북 특수정보(SI)를 공개하면 된다고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SI 공개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어렵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가 각각 청와대 자료와 국회 회의록을 공개하라면서도 정작 상대가 요구하는 자료 공개에는 난색을 보이는 데는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공개를 압박하는 두 가지 자료는 모두 대통령기록물이라는 법적인 제한이나 대북첩보 취득 경로 노출 같은 안보상 고려 때문에 그 공개가 쉽지 않다. 어렵사리 공개가 되더라도 그 해석을 두고 또다시 여야가 대립하며 정치적 논란만 키울 가능성도 작지 않다.

사건 당시 해경의 ‘월북 판단’은 대부분 정황에 따른 추정이었고 그 핵심 근거라던 SI 첩보도 대북 감청에 따른 전언 정보였다. 그로부터 1년 9개월 뒤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지만 그사이 추가적인 자료가 나온 것도 아니다. 결국 정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 만큼 사실관계를 따지는 과정 자체가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벌써부터 예단과 편견을 낳을 정략적 공세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국민의 생명은커녕 그 명예마저 지켜주지 못한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따지는 작업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가 아니라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이뤄질 수밖에 없는 역사의 과제다. 감사원이 이미 감사에 착수했고 유족의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도 조만간 시작될 것이다. 여야는 말을 아끼고 차분하게 규명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자료 확보에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략적 공방은 진실을 미궁에 빠뜨리려는 정치적 술수라는 의심을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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