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최대 IT센터 ‘빌리심바디시’
16일 터키 게브제 지역에 있는 터키 최대 정보기술(IT) 센터 빌리심바디시 전경.
16일 터키(튀르키예) 이스탄불 도심에서 둥근 지붕의 이슬람교 예배당들을 지나 차로 30분가량 달리자 눈앞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350만 m²(106만여 평) 부지에 여유 있게 늘어선 13개 빌딩이 마르마라해를 마주하고 있었다.
한국의 ‘판교’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터키에서 가장 큰 정보기술(IT) 센터 ‘빌리심바디시’. 센터 안에 있는 한 건물에 들어서자 20, 30대 직원들이 개방된 공간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었다.
○ 유럽-아시아 길목에 있는 터키 스타트업 성지
터키 정부와 은행 등 민간 기업은 IT 산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2011년 빌리심바디시를 기획했다. 2015년 공사를 시작해 2019년 문을 열었다. 현재는 모빌리티·게임·디자인·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의 300여 개 회사가 입주한 상태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의 기업들도 이곳에 사무실과 연구개발(R&D) 센터를 열었다. 현장에서 만난 세르다르 이브라힘지을루 빌리심바디시 총괄본부장은 기자에게 “빌리심바디시는 터키와 실리콘밸리를 합친 ‘튀르키밸리’”라며 웃었다. 빌리심바디시에서는 서로 다른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고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엔지니어링 회사 에닥은 2020년 이곳에 R&D 사무실을 열고, 다른 입주사인 토그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토그는 터키산 최초의 전기차 업체로 내년 3월 첫 출시를 앞두고 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타트업 에어카는 빌리심바디시에 들어온 디자인센터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UAM 모델 디자이너를 발굴했다.미국 텍사스에 본사가 있는 메타버스 회사 고아트는 직원 200명 중 150명이 터키인이다. 이들 터키인 직원은 모두 빌리심바디시에서 근무하고 있다. 엠레 쿠틀루 고아트 마케팅 디렉터는 “영국과 미국, 한국 등에서 사업을 하는데 비유하자면 그 지역들로 ‘요리’가 나간다면 여기는 ‘키친’”이라고 소개했다.
현재는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의 연구센터 등이 잇달아 터키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은 터키의 잠재력에 특히 주목한다. 인구 8400만 명인 터키는 평균 연령이 32세로 유럽보다 12세, 독일보다 15세 젊다. 메르트잔 캅타노을루 에닥 매니징디렉터는 “터키 대학 졸업자는 연 110만 명으로 독일에 이어 가장 많고, 이 중 절반이 기술을 전공한다”고 말했다.
○ 산학협력 통해 ‘IT 허브’ 도약 야심
터키 정부는 빌리심바디시와는 별도로 주요 대학에 테크노파크를 조성해 산학 협력을 유도하고 법인세·소득세 면제 등으로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3년 내 6개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메흐메트 파티흐 카시르 터키 산업기술부 차관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중도 1%로 아직 한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5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어났다”고 했다. 터키 정부는 한국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진출 시 터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락 다을로을루 터키투자청장은 “터키는 자국 회사와 해외 기업에 동일한 혜택을 제공한다”며 “터키는 연평균 5% 경제가 성장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고, 팬데믹(대유행) 시기에도 11% 성장하는 회복 탄력성을 지녔다”고 했다.
글·사진 게브제=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