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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행안장관, 警청장 지휘” 중립성 훼손에 위법 소지마저

입력 | 2022-06-22 00:00:00

“비대해진 경찰권 통제를” vs “민주-중립-책임성 훼손”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 브리핑에서 공동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가운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제도개선위는 경찰국(가칭) 신설, 경찰청 지휘규칙 제정 등 경찰에 대한 행안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아래쪽 사진은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제도개선위의 경찰국 설치 권고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는 모습.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21일 경찰 관련 제도 및 인사 조직인 이른바 ‘경찰국’을 행안부에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을 제정하고, 경찰청장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장관에게 줄 것도 제안했다.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의 후보추천위원회를 행안부에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찰청은 “역사 발전 과정에 역행하며, 법치주의 훼손 우려가 있다”면서 재논의를 요구했다.

권고안은 현행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의 입법 취지를 위배할 소지가 크다. 정부조직법상 검찰 사무의 최고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과 달리 행안부 장관 직무에는 경찰 관련 내용이 없다. 경찰법에는 치안 정책과 경찰청장 인사에 대한 심의 의결권을 갖고 있는 준독립기구인 경찰위원회를 통해서 장관이 간접적으로 경찰을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1991년 옛 내무부 치안본부로부터 경찰청을 분리시키면서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입법이 아닌 행정 규칙을 통해 장관의 경찰에 대한 직접 통제를 보장하는 것은 30년 넘게 지속되어온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편법 행위다.

경찰청장 등에 대한 후보추천위원회를 행안부에 설치하도록 한 권고안도 마찬가지다. 경찰청장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경찰위원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그 전에 행안부 산하의 별도 추천위원회를 한 번 더 거치도록 하는 것은 중복 심의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임기 3년이 보장된 경찰위원들의 의견을 무력화하기 위해 제도를 아예 뜯어고친 것이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아예 폐지하겠다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에는 외부 간섭이 금지되어 있다. 수사 권한이 비대해진다는 이유로 경찰만 장관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보장하고, 수사 역량을 키우는 데 경찰 개혁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가능해져 국가의 전체적인 부패 대응 역량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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