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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제2 화약고’ 리투아니아… 러行 화물운송 막자, 러는 보복 경고

입력 | 2022-06-22 03:00:00

[‘글로벌 복합위기’ 현장을 가다]
전운 감도는 리투아니아 르포



칼리닌그라드행 열차 끊긴 빌뉴스 중앙역 21일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행 열차 편이 있었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앙역이 한산하다. 현재는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열차를 운행하지 않는다. 리투아니아는 19일부터 러시아에서 출발해 리투아니아를 지나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화물열차 운송을 중단했다. 러시아가 보복을 경고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빌뉴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거기(러시아) 가는 표는 없습니다.”

21일 오전 8시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구시가지 인근 중앙역. 출근 시간임에도 역사는 비교적 한산했다. 기자가 매표소에서 “칼리닌그라드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표를 달라. 러시아로 꼭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자 매표소 직원 지타 씨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요즘은 러시아행 표가 없다”고 했다. 기자가 “왜 없냐”고 계속 따지자 역 경비를 서던 경찰 에스코모 씨는 “우리 정부가 그렇게 정했으니 그냥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보던 한 시민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발트해로 연결돼 러시아 유일의 부동항 기지가 있다. 러시아 발트함대의 주둔지다. 특히 러시아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이곳에 배치했다. 스웨덴,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위협한 곳이 칼리닌그라드다.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 및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리투아니아에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곳을 둘러싼 나토와 러시아 간 갈등이 고조돼 왔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앙역. 출근 시간임에도 역사 안 대합실은 한산하다.  빌뉴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19일 리투아니아가 자국을 지나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화물열차 운행을 금지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20일 성명에서 “화물 운송이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국익 보호를 위해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에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화물 운송 금지가 유럽연합(EU)의 제재를 근거로 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산 석탄과 철강 수입을 금지한 제재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본토에서 해당 화물을 싣고 자국을 통과해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열차의 통행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리투아니아의 조치를 “노골적으로 적대적” “도발적”이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리투아니아의 조치를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EU 제재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EU 제재 역시 불법으로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에 군사적 보복 조치를 시사하면서 리투아니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유럽에서 자칫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제2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리투아니아 내 반(反)러시아 정서도 높아졌다. 빌뉴스 시내 관공서를 비롯해 주택가 곳곳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었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며 나토에 발트해 주둔 병력 증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친러 국가 벨라루스에서 칼리닌그라드로 이어지는 리투아니아-폴란드 국경 사이 약 100km지역을 일컫는 ‘수바우키 회랑’을 러시아가 첫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미 폴리티코가 분석했다. 러시아가 확전을 선택할 경우 칼리닌그라드로 직접 연결되는 육지 회랑을 확보하기 위해 이곳부터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수바우키 회랑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표현했다.

나토는 회원국이 공격 받으면 군사 개입하는 집단안보 체제이지만 인구 280만의 소국 리투아니아를 위해 나토가 위험을 감수할지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있어 수바우키 회랑은 ‘나토의 아킬레스건’으로도 불린다.





빌뉴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