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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 성공, 우리 손으로 우주 문열다

입력 | 2022-06-22 03:00:00

누리호 2차례 도전만에 발사 성공, 2조 투입 자체 개발 12년 3개월만
성능검증위성 700km 궤도 올려 세계 7번째로 위성 발사기술 확보



첫 위성 발사 30년만에 ‘우주개발 독립’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발사됐다. 누리호는 이륙 15분 45초 후 위성모형을 고도 700km 궤도에 초속 7.5km로 안착시키며 임무에 성공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마침내 우주로 가는 길을 열었다. 1조9572억 원을 투입해 개발에 착수한 지 12년 3개월 만이다. 1992년 국내 첫 위성 ‘우리별 1호’를 발사한 지 30년 만, 2002년 국내 최초 액체로켓 ‘KSR-Ⅲ’를 발사한 지 20년 만에 자체 기술로 발사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1t 이상의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는 발사체 기술을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인도,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7번째로 확보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1일 “오늘은 한국의 과학기술이 위대한 전진을 이뤄낸 날”이라며 “오후 4시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성능검증위성을 초속 7.5km로 700km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 누리호는 1단 엔진 분리, 페어링(위성 덮개) 분리, 2단 엔진 분리,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형 분리 등 정해진 비행 계획을 완수했다. 누리호가 쏘아 올린 성능검증위성과의 첫 교신도 발사 후 42분이 지나 예정대로 남극 세종기지와 이뤄졌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첫 발사에서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위성 모형을 초속 7.5km의 속도로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 2차 발사도 순탄치 않았다. 기상 상황으로 발사일이 한 차례 연기됐고, 예상치 못한 1단 엔진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 문제로 한 차례 더 미뤄졌다. 누리호 개발을 실질적으로 책임진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앞으로 더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이제 한국이 우주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숨죽인 15분 45초… 65년 기다린 우주의 문턱 넘어




누리호 발사 결정적인 순간들

1단로켓 123초 불 뿜으며 쏘아올려
발사 227초 뒤 13년전 실패했던 ‘위성 덮개’ 페어링 분리 성공시켜
작년 일찍 꺼져 실패 안긴 3단엔진 연소 521초 버텨 궤도 700km 안착
실제위성-모형 정상적으로 내려놔


1957년 인류의 우주 개발이 시작된 이후 강대국의 전유물이던 ‘우주의 문턱’을 한국이 넘는 데는 65년이 걸렸다. 하지만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남짓에 불과했다.



누리호는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출발해 15분 45초 만에 700km 궤도에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형을 성공적으로 내려놓고 임무를 마쳤다.

“우리 기술로 해냈다” 울먹이는 연구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누리호 발사 성공 직후 감격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전남 고흥군 우주발사전망대에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부모가 눈에 많이 띄었다. 누리호가 발사되자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 시민은 “아이들이 이번 발사 성공을 보고 우주 과학도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도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누렸다. 몇몇 연구자들은 감격에 겨워 울먹이기도 했다. 전국 곳곳에서 영상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이 된 게 자랑스럽다”며 반겼다.

누리호의 핵심 기술이자 심장에 해당하는 75t 액체엔진은 이날 확실한 능력을 발휘했다. 액체엔진 4기를 장착한 1단 로켓은 123초간 불꽃을 힘차게 내며 누리호를 62km 상공까지 끌어올렸다. 연소가 끝난 1단을 분리한 누리호는 다시 고도를 높여 가다 발사 227초 후 고도 202km를 지나며 위성을 보호하던 덮개(페어링)를 분리했다. 2009년 8월 나로호(KSLV-Ⅰ) 발사 당시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실패한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누리호는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했다. 발사 269초 뒤 고도 273km. 이번엔 누리호의 마지막 단인 3단 액체엔진에 불꽃이 켜졌다.

누리호는 600∼800km 우주궤도에 1.5t급 인공위성을 실어 나르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됐다. 누리호의 3단에는 위성 궤도 투입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형이 실려 있었다. 521초간 안정적으로 연소를 해야 이들 위성을 목표 고도인 700km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때는 산화제 탱크 내 헬륨탱크가 분리되면서 산화제가 누설되는 바람에 521초를 채우지 못하고 475초 만에 연소가 조기 종료됐다.

이번 2차 발사에서도 누리호는 목표 연소 시간을 채우지 못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발사 후 875초 뒤 성능검증위성을, 발사 후 945초 뒤엔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성공적으로 내려놨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발사 때마다 엔진 성능이 변화해 미세한 차이가 발생한다”며 “발사체 최종 목표는 목표한 궤도에 투입하는 것으로 정상적으로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 성공은 숱한 시도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 발사에서는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목표 궤도인 700km에서 초속 7.5km의 속도로 모형위성을 투입하는 데 실패했다. 2차 발사도 쉽지 않았다. 기상 상황과 예기치 않은 레벨센서 문제가 발생하며 발사가 두 차례 미뤄졌다.

이번 2차 발사에는 위성모형만 실렸던 1차 발사 때와 달리 실제 위성이 탑재됐다. 이제 눈여겨볼 것은 큐브위성 사출이다. 성능검증위성은 29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조선대 KAIST 서울대 연세대의 큐브위성을 순차적으로 궤도로 내보낸다. 2019년 열린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선정된 위성들이다. 큐브위성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0cm의 초소형 크기도 있지만 지구 대기를 관측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우주과학기술 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개발에서 발사까지 비용이 3억 원 정도로 대형위성의 1000분의 1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30년간 지난한 도전 끝에 대한민국 땅에서 우주로 가는 길이 비로소 열렸다”며 “정부도 항공우주청을 설치해서 항공우주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고흥=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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