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에서 북한군으로부터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가 22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해 ‘월북조작 지침’을 하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했다. 이씨는 문재인 정부 시절 설치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신뢰할 수 없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를 요구했다.
이날 이씨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 전 안보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이대준씨는 2020년 9월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있다가 실종됐고,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다. 사건 발생 9일 뒤 해경은 중간 수사 결과를 통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했으나, 2년여 만인 최근 “월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결론을 뒤집었다.
아울러 이씨는 해경이 자진 월북이라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민정수석실 지침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며, 김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이 전 민정비서관도 이날 검찰에 고발했다.
이씨 측은 이날 “공수처의 수사는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냈다. 공수처 출범 후 진행한 수사 내용들을 보면 ‘월북 조작’ 의혹의 실체 진실을 파헤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이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고, 고발 대상자도 문 정부가 임명한 자들인데 당시에 설치된 공수처가 수사를 맡는 것은 “유족에 2차 가해를 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대리인을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공수처)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공수처가 하지 말아달라는 의견”이라며 “서울중앙지검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으로 생각돼 검찰에 고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이날 이씨 측과 함께 문 대통령 고발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변호사는 “내일까지 대통령기록관장이 (이번 사건 관련한) 정보를 공개할지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다. 거부할 경우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정보를 볼 수 있도록 건의할 예정”이라며 “그 건의를 민주당이 거부하면 대통령을 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