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육군 28사단 내에서 가혹행위와 무차별 폭행으로 사망한 ‘윤 일병 사건’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34-3부(부장판사 권혁중·이재영·김경란)는 22일 윤 일병의 유족 4명이 국가와 주범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유족들에게 1심과 같이 총 4억1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윤 일병이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시점을 1심보다 한 달 앞당겼다. 이외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항소는 모두 기각했다.
조사 결과 이씨 등은 윤 일병에게 가래침을 핥게 하고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고, 종교행사에 못 가게 강요하거나 침상에 던진 과자를 주워 먹도록 하는 등의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등은 윤 일병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자, 그동안의 폭행 및 가혹행위가 밝혀질 것을 우려해 피해사실이 적혀 있거나 범행과 관련된 윤 일병의 소지품을 버리기로 공모한 뒤 수첩, 스프링 노트 등을 분리수거장에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병장 등은 ‘윤 일병이 냉동 음식을 먹다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고 의료진에게 진술하고, 조사 과정에서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검찰은 당시 윤 일병의 사인을 ‘기도폐쇄에 따른 질식사’라고 밝혔다가 군인권센터의 폭로 후 뒤늦게 ‘과다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좌멸증후군’ 등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2017년 4월 국가와 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윤 일병의 유족들은 선고가 끝난 뒤 “8년 동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재판 과정과, 민사소송 항소까지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며 “1심은 국가 책임을 일체 인정하지 않았고, 2심도 정의로운 판결 대신 군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8년 동안 싸워서 얻은 게 이 종이쪼가리 몇 장이다. 군의 불기소 이유서를 그대로 돌려주는 게 말이 되나”라며 상고해 대법원 판단까지 받겠다고 밝혔다.
윤 일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하러 가 목숨을 잃고, 가족들은 슬픔에 몸부림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국민을 위한 나라가 맞나. 군에서 가족을 잃은 가족들은 어디에 가서 진실을 물어야 하나”며 흐느끼기도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가해자에게만 배상책임을 물었다는 것은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 왜곡한 군 당국에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라며 “사법부가 이 판결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이어 “자기 집 식구의 잘못을 다시 물으니까 당연히 불기소 처분하는 것”이라며 “이예람 중사 사건도 마찬가지로 여기에 오게 되면 똑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