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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검수완박 대응 못 봤나”…경찰 내부 ‘지휘부 책임론’ 부글

입력 | 2022-06-22 16:20:00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가칭)을 설치 등 경찰 통제 방안을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권고하고 나서면서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지휘부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검찰총장이 사퇴했던 일과 비교하며 김창룡 경찰청장이 항의의 뜻으로 사표를 던지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업무 지원조직 신설, 장관에게는 경찰에 대한 지휘·인사·징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자문위 권고안이 공개되자 조직 내부에선 김 청장을 비롯한 지휘부를 성토하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한 경찰관은 전날 내부 게시판에 “전국의 모든 경무관부터 모두 직을 던져라. 지휘관들이 던지면 우리도 던지겠다”는 글을 쓰고 지휘부를 향해 집단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경찰의 입장을 피력하기 위해 김 청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한 일선 경찰관은 지난 15일 경찰 내부망에 김 청장을 향해 “잔여임기가 38일 남으셨네요”라며 “잔여임기 동안 경찰국 신설이 완성된다면 청장님께선 후배들에게 치욕을 남긴 청장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썼다. 이어 “남은 기간 큰 용단으로 경찰국 신설을 반대한다는 말 한마디로 선물 아닌 선물 하나 주고 용퇴하시는 것이 어떤가”라고도 했다.

이에 김 청장은 최근 내부망에 서한문을 올려 “결코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고 다독였지만, 행안부 자문위가 인사, 감찰, 징계를 통제하는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재차 ‘용퇴론’에 불이 붙었다.

전날 김 청장이 주재한 시·도 경찰청장 등 고위급 회의에서도 일부 참석자들이 청장의 용퇴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간부는 작심한 듯 일제시대 을사오적을 빗대 ‘경찰오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날 회의에선 김 청장이 현 상황에서 경찰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니 사퇴는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울러 한편에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김 청장이 사표를 던져봤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용퇴가 의미가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자문위 권고안을 지켜본 일선 경찰관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왜 용퇴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잔여임기도 이젠 의미 없을 정도로 짧아서 결심하는 데 부담도 덜 하지 않느냐”며 “내부에선 청장 용퇴로 바뀔 게 크지 않다고 해도 경찰 조직 차원의 상징적인 항거를 보여줬으면 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도 “검수완박 당시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고 일선 검사들이 똘똘 뭉쳐 입장을 냈었는데, 여기에 비교하면 경찰은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니 ‘모래알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청장은 전날 회의에서 용퇴론이 언급된 것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의 임기는 다음 달 24일까지다. 김 청장 전까지 2003년 경찰청장 임기제 도입 후 11명의 청장 중 임기 2년을 채운 이들은 민갑룡 전 청장 등 4명뿐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