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검찰 “‘버티면 감사 계속하겠다’ 압박에 사표 사진찍어 보냈다” 진술 확보 후임자 부당지원 여러곳 가능성에 다른 산하기관으로 수사범위 확대 당시 특별 감사했던 감사관실측… “무혐의 처분됐지만 위법 발견” 해명
“공개된 장소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위 관계자가 자기를 밀어줬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고 들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12월 임기를 남기고 사직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장 A 씨의 후임이 직원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와 함께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버티면 감사를 계속하겠다’는 압박을 받아 사표를 썼다. 당장 사표를 보내라고 해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산업부 측에 보냈다”는 A 씨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A 씨 사직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A 씨 후임으로 임명된 이사장이 직원회의 등을 주재하며 ‘민주당 고위 관계자와 자주 교류하는데, 이 관계자가 나를 밀어줬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또 “후임 이사장 사무실에는 취임을 축하하는 당시 여권 고위 관계자의 화분이 배달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검찰은 A 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산업부 감사관실이 채용비리 혐의로 감사를 진행하며 (사표를 내지 않으면) 감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부 감사관실은 2017년 11월 13일 당시 채용비리 관련 제보를 받고 해당 기관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같은 해 12월 당시 기관장이었던 A 씨가 감사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산업부 출신 내부 직원을 통해 “이사회에서 ‘셀프’ 해임을 의결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또 산업부 감사관실 관계자가 “(사표를 내지 않으면) 감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A 씨를 직접 압박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결국 A 씨는 같은 달 28일 산업부 출신 직원으로부터 “당장 사표를 써서 카카오톡으로 전송하라”는 요청을 받고 그 자리에서 사직원을 작성해 사진을 찍어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A 씨 등 직원 7명을 사문서 위·변조,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이들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당시 산업부 감사관실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표를 내지 않으면) 감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는 건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당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방침에 따라 감사가 이뤄졌으며 수사를 의뢰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이 이뤄졌지만 감사 결과 위법 부당한 사항이 여러 건 발견됐다”고 해명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