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국내 첫 확진] 21일 독일서 입국한 30대 한국인 공항서 자진신고, 즉시 격리 입원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원숭이두창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질병청에 따르면 A 씨는 18일부터 두통 증상을 보였다. 21일 오후 4시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는 피부병과 함께 37도의 미열,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A 씨는 스스로 신고해 격리 상태로 병상으로 옮겨졌다. 이 때문에 항공기 동승객 외에 다른 접촉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큰 이상 없이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의심환자로 신고된 외국인 B 씨는 수두 환자로 판명됐다. B 씨는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인천공항 검역을 통과하고 부산까지 이동해 하루 동안 지역사회에 노출됐다. 정부는 17개 시도에 방역대책반을 설치하는 등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역 관리를 강화하고 치료제와 3세대 백신 도입을 조속히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
원숭이두창 의심자 공항 통과… 확진자는 자진신고로 격리
여름휴가철 방역 비상
수포 증상에도 “증상없음” 내자 통과… 확진됐다면 지역 2차감염 무방비
발열 없거나 수두와 증세 비슷… ‘잠복기 최대 3주’로 방역 한계
발열 기준 낮추고 백신도입 나서… 전문가 “해외유입 증가 시간문제”
○ 외국인 의심환자, 검역 통과 하루 뒤 병원행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인 30대 한국인 A 씨는 21일 오후 4시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A 씨는 독일에서 원숭이두창 의심환자와 접촉한 뒤 피부병 증상이 나타나자 인천공항에서 스스로 감염병 의심 신고를 했다. 방역당국은 A 씨가 공항에서 병원까지 격리 상태로 이송돼 자가격리(21일)가 필요한 고위험군 접촉자가 없고, 지역사회 추가 전파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다.방역당국은 A 씨와 항공기 내 좌석이 근접한 승객 8명을 ‘중위험군’으로 분류해 관할 보건소가 매일 전화로 증상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나머지 승객과 승무원 41명은 ‘저위험군’으로 분류해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방역당국에 신고하도록 했다.
반면 20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 B 씨를 통해선 국내 방역의 허점이 드러났다. B 씨 역시 21일 원숭이두창 의심환자로 신고돼 22일 검사를 받았다. 그는 입국 전날부터 대표적인 원숭이두창 증상인 수포성 피부병 증상을 보였지만 검역을 통과했다. B 씨가 건강상태 질문서에 ‘증상 없음’이라고 적어서 낸 데다, 열이 없어서 열화상 카메라로 걸러내지 못했다. B 씨는 부산까지 이동했다. 결국 수두 환자로 판정됐지만 만약 원숭이두창 확진자였다면 2차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 ‘포위접종’ 위해 신형 백신 확보해야
이 때문에 부작용이 덜한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구형(2세대) 백신 3502만 명분을 비축하고 있지만, 부작용 우려가 커서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확진자들의 밀접 접촉자들을 대상으로도 폭넓게 접종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진네오스를 충분히 확보한 영국이 밀접 접촉자뿐 아니라 위험 집단도 백신 접종을 하는 이른바 ‘포위접종’ 전략을 쓰는 것과 대조된다.
다만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에 대해 과도한 긴장이나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확진 시 치명률은 1% 미만으로 추정되고, 확진자와 밀접하게 피부 접촉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파 위험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원숭이두창에 대해 (입국 전 검사 의무화가 아닌) 유증상자를 대상으로만 진단 검사를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