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한 여성이 아시아계 여성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후추 스프레이를 뿌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뉴욕 경찰 통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시작된 2020년과 비교해 최근 인종 증오 범죄가 3배 이상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 역시 전형적인 아시아계 혐오 범죄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인권 운동의 어머니’라 불리는 로자 파크스(1913∼2005·사진)가 살던 1950년대 미국 남부에는 일명 ‘짐 크로법’이라고 불리는 인종차별법이 있었습니다. 이 법으로 거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흑인과 백인이 분리되었습니다. 흑인은 백인이 다니는 학교와 교회를 다닐 수 없었고, 백인이 운영하는 식당에도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공공 급수대조차 나누어 놓았다고 합니다. 버스나 기차 같은 대중 교통수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55년 12월 1일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작지만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타 흑인 전용좌석에 앉아있던 파크스는 나중에 버스에 탄 백인들이 앉을 수 있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버스기사의 지시를 받습니다. 그녀가 흑인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지시를 거부하자 파크스는 그 자리에서 체포됩니다.
3만 명 이상의 흑인들이 380여 일에 걸쳐 참여한 투쟁에 마침내 연방대법원은 파크스의 손을 들어줍니다. 파크스에 대한 유죄 판결을 무효화하고 버스에서의 흑백 차별을 없애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1956년 공공 운송 수단 내 인종 차별은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 1964년 공공시설 내 인종 차별을 금지하는 연방 시민권법은 모두 ‘몽고메리 버스승차 거부운동’이 얻어낸 변화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인종차별적 언어나 행동은 교육과 제도, 법을 통해 철저히 금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사건에서 보듯 미국 사회의 기저에는 여전히 인종차별 문제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가요?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차별이 없는 사회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이제 같은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도 던져보아야 할 때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