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문화부 차장
뮤지컬 시장이 시끄럽다.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에서 초연부터 엘리자벳의 흥행을 이끈 배우 옥주현과 그의 제자인 이지혜가 주인공 엘리자벳에 더블 캐스팅된 소식이 알려졌다. 이후 뮤지컬 배우 김호영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과 옥장판, 공연장 좌석배치도 사진을 올렸다. 주어는 없었지만, 뮤지컬 팬들은 “김호영이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캐스팅 발표 후 옥주현을 저격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관련 기사도 쏟아졌다. ‘엘리자벳’ 공연 제작사인 EMK가 나서 “강도 높은 단계별 오디션을 거쳐 원작사의 최종 승인까지 받아 뽑힌 배우들”이라고 해명했지만 ‘친분 캐스팅’ 논란은 커져 갔다. 결국 옥주현은 20일 경찰에 김호영과 악플러 2명에 대해 명예훼손 고소장을 제출했다.
친분 캐스팅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캐스팅 권한은 오롯이 민간 제작사인 EMK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민간 공연 제작사인 EMK가 자사 공연 사업을 위해 어떤 이유로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든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는 뮤지컬 시장에 10여 년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티켓 파워’ 스타 마케팅 시스템과 제작사들이 그간 보여준 행태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옥주현-김호영 사태가 고소전으로까지 이어지자 1세대 뮤지컬 배우 최정원 박칼린 남경주가 직접 나서 22일 업계 내 불공정을 자정하자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중 눈길을 끄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배우는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 “스태프는 배우들의 소리를 듣되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금의 이 사태는 이러한 정도(正道)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방관해 온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의 호소문엔 이번 사태를 초래한 갈등을 풀어낼 답이 명확히 명시돼 있다. 정도.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낳지 않을 근본적 해답이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