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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창 백신 국내 비축량 모두 구형 생백신… 심근염 등 부작용 보고

입력 | 2022-06-24 03:00:00

원숭이두창 예방용 사용에 한계
바이러스 독성 낮춰 주입하는 원리 접종후 다른 사람에게 전파 가능성
美-英등 사용하는 3세대 ‘진네오스’ 부작용 적고 예방용으로 활용 가능
“국내 도입 검토”… 시점 확정 안돼



국내에서 원숭이두창 감염 의심환자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인천공한 입국장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관련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내에서도 22일 첫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발생하면서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모든 원숭이두창 밀접 접촉자에게 4일 이내에 두창 백신을 맞히는 이른바 ‘포위 접종(ring vaccination)’ 전략을 쓰고 있다. 그러면 발병 가능성을 85% 낮출 수 있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는 원숭이두창 예방용으로 쓸 수 있는 두창 백신 3502만 명분이 비축돼 있다. 물량만으로는 걱정 없어 보이지만, 이들 백신 전량이 해외 접종분과 달리 부작용이 우려되는 ‘구형’이란 점이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 살아있는 바이러스 주입…부작용 우려

원숭이두창 백신은 통상 천연두로 불리는 일반 두창에 사용되는 백신을 전용한다. 현재 우리 정부가 비축해 놓은 백신은 HK이노엔 제품으로, 살아있는 두창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켜 체내에 주입하는 생(生)백신이다. 병에 ‘안 걸리는’ 게 아니라 ‘가볍게 앓고 넘어가는’ 방식으로 면역을 형성한다. 이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접종할 수 없다. 심근염과 뇌염, 실명, 태아 사망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지만 1978년 이후 접종하지 않아 부작용 비율을 알 수 없다.

접종 방식도 까다롭다. 주사가 아니라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특수 바늘(분지침)로 피부에 여러 차례 상처를 내면서 약을 묻힌다. 접종 후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도 있어 최장 3주 격리해야 한다. 이런 형태가 ‘2세대’ 두창 백신이다.

정부는 두창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생물 테러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이 백신을 대량 구비해 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 두창은 치명률이 30%에 이르는 만큼 노출된다면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이 백신을 맞아야겠지만, 원숭이두창은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 시급한 신형 ‘3세대’ 백신
지난달부터 원숭이두창이 확산되고 있는 미국과 영국 등은 덴마크 바바리안 노르딕사가 개발한 ‘진네오스’ 백신을 사용 중이다. 국내 비축분과 원리가 다른 ‘3세대’ 백신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9년 진네오스를 원숭이두창 예방 용도로도 승인했다. 2세대 백신은 원숭이두창 예방용으로 허가가 나지 않았다.

진네오스는 몸속에서 복제하지 않는, 변형된 두창 바이러스를 신체에 넣어 면역을 유도한다. 2세대와 달리 두창을 앓지 않고 면역력을 획득해 부작용이 적다. 일반적인 주사 형태로 접종한다.

질병청은 지난달 26일 진네오스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도입 시점과 물량이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국립보건연구원과 HK이노엔이 3세대 두창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내년 말에야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숭이두창 치료용으로도 허가를 받은 미국 시가테크놀로지의 두창 치료제 ‘테코비리마트’ 초도 물량 500명분은 다음 달 초에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정부가 비축해 놓은 약품 가운데 ‘시도포비어’와 ‘백시니아 면역글로불린’ 100명분은 원숭이두창 치료용으로 쓸 수 있지만, 둘 다 원숭이두창용으로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은 아니다.

한편 정부는 23일까지 국내 원숭이두창 접촉자가 총 49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8명이 중위험 접촉자로 고위험 접촉자는 아직 없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