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스트라이크존 확대 영향 美, 개막 늦춰 경기감각 떨어져 日, 반발계수 조정 논란 일기도
시작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였다. 2018년 메이저리그 4862경기에서 투수들이 잡아낸 삼진은 총 4만1207개로 타자들이 때려낸 안타(4만1018개)보다 많았다. MLB 역사상 삼진이 안타보다 많은 건 이해가 처음이었다.
그 뒤로는 ‘트렌드’가 됐다. 이후 22일 현재까지 5년 연속으로 MLB에서는 삼진이 안타보다 많다. 안타를 못 치니 타율도 낮다. 이 기간 리그 평균 타율이 0.250을 넘어선 건 2019년(0.252) 한 해뿐이다. 올해는 0.242로 1968년에 나온 역대 최저 기록(0.237)에 근접했다.
이 ‘투고타저’ 바람은 태평양까지 건넜다. 같은 날 기준으로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평균 타율은 0.244, 퍼시픽리그는 0.235다. 41년 역사상 역대 최저 5위에 해당하는 0.254를 기록 중인 한국 프로야구가 ‘타자가 뛰기 좋은 리그’로 보일 정도다. 한국은 투고타저가 찾아왔다는 평을 듣던 지난해에도 리그 평균 타율이 0.260은 됐다.
미국은 시즌 개막 전 노사협상 지연으로 99일간 직장폐쇄가 이어지면서 시범경기 등 준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타자는 투수의 공을 눈에 익히는 등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한데 실전 기회가 적다 보니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원래 각 팀은 매년 시범경기를 30번 정도 치르는데 올해는 다수의 팀이 20경기도 채 하지 못했다. MLB는 시즌 초반 현역 로스터를 26명에서 28명으로 늘리면서 등록 가능한 투수를 13명에서 14명으로 늘렸다. 이 숫자를 로스터 정상화 이후인 이달 중순까지 유지하면서 투수에게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4월 10일 사사키 로키(21·지바롯데)의 퍼펙트 달성을 시작으로 올 시즌 들어서만 노히트 노런이 4차례 나오는 등 투수들의 기록 행진이 이어졌다. 이에 공인구 반발계수가 조정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일본야구기구(NPB)는 “허용 범위 안에 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일본과 MLB에서 뛰었던 투수 출신 우에하라 고지(47)는 “(투·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등의 투수 관련 기술이 진화했다. 이런 진화가 투고타저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투수와 타자의 분석 기술 격차가 가속화될 경우 “3할 타자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